흔들리는 뒷모습에게

너에게 있는 압축떡

by HAN

옛날 옛적,
떡 보따리를 이고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던 할머니가 있었다.


어둑해진 산길,
집채만 한 호랑이가 길을 막아섰다.


“어흥! 할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할머니는 놀라지 않았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손톱만 한 떡 조각을 툭 던졌다.


“옛다.”


호랑이가 비웃으려는 순간,

펑.

그 작은 조각이 순식간에 커져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맛있느냐?
자, 이것도 먹어라.”


할머니가 던질 때마다
작은 떡은 커져
호랑이 입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신나게 먹던 호랑이는
이내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할멈, 그만!
이제 떡은 됐소…”


그날 이후
호랑이는 할머니의 짐을 나르는
든든한 동무가 되었다.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 호랑이를 만난다.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으르렁대는 순간들 앞에서
우리는 자주
주머니가 비어 있다고 느낀다.




오늘 아침,
나는 유모차에 의지해 걷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았다.


휘청이며 몸을 지탱한 채

한 발을 떼고,
잠시 멈추고,
다시 한 발을 내딛는 걸음.


금방이라도 멈출 것처럼
위태로운 걸음이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기어코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소리 나지 않는 박수를 친다.


어릴 적,
엄마는 내 앞에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잘했다, 잘했다.


그 박수 속에서
나는 ‘가능’을 배웠다.

앳된 엄마(가운데)

그리고 이제
엄마는
‘불가능’을 배워야 하는 시간 위에 서 있다.


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


그래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안 해본 것을
찾으셨으면 좋겠다고.




작아 보이지만
꺼내는 순간
삶을 채워낼 수 있는 것들.


아직 다 쓰지 않은
당신 안의 가능들.


나는 그것을

‘압축된 떡’처럼 남아 있는
삶의 힘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기꺼이 불가능을 배우고
안아야 하는 시간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아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가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엄마의 뒤에서

소리 없이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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