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남긴 질문 하나

다섯 작가와 한 뇌과학자를 따라간 사유의 여정

by HAN

며칠 전 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다섯 권의 인생 책을 추천하는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책 보다 그 책을 쓴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삶을 살았기에, 어떤 질문을 붙잡고 살았기에 그런 문장에 도달했을까.

영상에서 소개된 다섯 명의 작가—더글러스 애덤스, 제임스 조이스, 프란츠 카프카, 사무엘 베케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저마다 전혀 다른 세계를 그립니다.

그 궁금증이 저를 다시 책상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검색을 이어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다섯 명의 작가와 한 명의 뇌과학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 단 한마디의 문장을 남긴다면 어떤 말을 남길까?

그래서 그들의 세계관을 빌려 그 가상의 임종 선언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거장들이 남긴 마지막 문장


더글러스 애덤스

“아무래도 수건을 챙기길 잘했군. 42는 사실 농담이었어. 진짜 답은 질문의 길이에 있었거든.”


그에게 우주는 거대한 농담입니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였습니다.


제임스 조이스
“그래요(Yes), 흐르고 흘러 다시 바다로… 아, 예(Yes).”


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흐름의 연속입니다.
삶은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문은 줄곧 열려 있었는데, 나는 허가를 기다리느라 늙어버렸구나.”


우리를 가두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자신의 불안일지도 모릅니다.


사무엘 베케트
“계속할 수 없다. 계속할 것이다.”


삶이 때로는 무의미한 연극처럼 보일지라도
그 무대 위를 계속 걷는 것,
그것이 인간의 조용한 품위인지도 모릅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꿈속의 거울이 깨지니, 비로소 도서관의 다음 장이 열리는군.”


그에게 세계는 끝없는 도서관이었습니다.
죽음은 망각이 아니라 더 깊은 이야기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뇌과학자 김대식
“시뮬레이션은 정교했고, 전기 신호의 환영은 실로 아름다웠다.”


뇌과학자의 시선에서 ‘나’라는 존재는
860억 개의 뉴런이 만들어낸 정교한 서사일지도 모릅니다.

문학적 인간 이해


우리가 쓴 문장에서 길을 잃다


이들의 마지막 말은 결국 하나의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쓴 문장 속에서 길을 잃지만
어쩌면 그 길 자체가 바로 목적지였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탄식했고
누군가는 끝까지 걸어갔습니다.

그 서로 다른 발걸음들이 모여
‘인간’이라는 지도를 그려냅니다.


문학은 인간을 이야기로 설명하고
과학은 인간을 시스템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두 시선이 바라보는 곳은 같습니다.

어떻게 860억 개의 뉴런이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가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나이테가 되는가 하는
존재의 신비입니다.

과학적 인간 이해


나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


이 거장들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니
문득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기억은 과거를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삶을 다시 선택하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을 기록합니다.

그 기록 속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나이테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제게 성장은 높아지는 일이 아니라

깊어지고 넓어지는 일입니다.


기쁨도, 실패도, 때로는 카프카적인 불안조차도

우리를 조금 더 깊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일지 모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가서 6장 8절의 말씀처럼

삶과 신앙은 어떤 거창한 결론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겸손히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장들이 남긴 질문의 지팡이를 짚고
저 역시 제 보폭으로 이 길을 걸어갑니다.

마치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처럼 말입니다.

공통의 결론


결국 남는 질문


인간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속에서 이해가 넓어지며
조금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게 되는 존재입니다.

어쩌면 삶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떠나는 순간 가져갈 좋은 질문 하나를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삶이 내게 남기는 질문은 이것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사랑하며 살았는가.

자전거를 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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