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저마다의 생존 방식이 있다. 내게 그 첫 번째 철학은 ‘소매’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상하리만치 콧물이 많았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밖에만 나가면 콧물이 줄줄 흘렀다. 그럴 때마다 손등으로 닦고, 급기야 소매로 쓱 문지르곤 했다. 그러다 엄마의 매서운 눈에 딱 걸렸다. “왜 옷에 코를 닦노! 빨래는 누가 하는 줄 아나?!”
그땐 손수건 같은 건 없었고 있었어도 소매에 쓱 닦았겠지만 그 말에 억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게 잘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스스로 ‘진화’했다. 소매를 뒤집어, 안쪽으로 콧물을 닦으면 들키지 않겠다는 기발한 생각이었다. 그것은 당시 어린 나로선 혁명이었다. 엄마는 더 이상 나를 혼내지 않았고, 나도 몰래 자유를 얻었다.
그 방식은 이후 내 삶 전반에 퍼졌다. 하품 후 흐르는 눈물도, 식사 후 입에 묻은 소스 자국도, 나는 자연스럽게 옷의 소매나 배를 슬쩍 뒤집어 닦는 버릇이 생겼다. 언제나 휴지를 찾을 필요도 없고, 사람들 눈치를 볼 일도 없다. 물론 세탁할 땐 약간의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그래도 일상 속 아주 실용적인 ‘무기’다.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멍청하게만 보였겠지만 어린 내가 얼마나 영리했던가.
누군가는 지저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습관을 내 삶의 작은 ‘철학’이라 부르고 싶다.
세상엔 정석도, 정답도 없다. 때로는 안쪽으로 소매를 뒤집는 작은 발상 하나가 삶을 유연하게 만든 게 사실이니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휴지 한 장 없이 살아간다. 조용히, 그리고 감쪽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