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지붕에 태극기를 그린 날이 언제인지 정확 지는 않지만 12년은 넘은 것 같다.
집을 지은 지가 13년째이고 그 이듬해에 실과 연필, 그리고 파랑, 빨강, 검정 페인트를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서 혼자 열심히 그렸으니...
얼마나 뿌듯했던지 그 태극기를 보러 한참 위 언덕을 매일같이 올랐으니 말이다.
내가 남보다 잘하는 건 많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한 나무 작업. 그리고 태극기 그리기. 태극기를 엄청 많이 그려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태극기는 쉽게 잘 그린다.
그리고 사실 태극기 그리기가 둘리 그리는 것보다 쉽다.
그리고 얼마 전
작업실 마당에도 큼지막한 태극기를 그렸다.
아침부터 밤이 늦도록 열심히 밑그림과 각 색의 페인트로 그렸다.
오늘 작업실이 있는 마을 이장님께 전화가 왔다.
이장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나: "네네 네네네~~"
이장님: "군청에서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마당에 태극기는 왜 그렸어요??"
나: "아네~~ 제가 태극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잘 그리기도 하고, 태극기를 그리고 나면 항상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약간의 주술적 의미로 태극기를 그렸습니다. 바닥에 그려서 모독을 한다든지 정치적이거나 나쁜 의미로 그린 건 절대 아닙니다~"
이장님: "근데... 누가 신고를 했나 봐~~ 태극기 모독한다고..."
이장님도 웃고 나도 웃고...
통화가 끝나고 얼마가 지나 작업실 앞으로 지나던 화물차가 멈추고는 마당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놀래서 허겁지겁 뛰쳐나갔더니 아닌 게 아니라 아는 분이셨다.
나는 웃으면서 "사장님이 신고하셨어요??" 물었더니, 그렇단다.
태극기를 바닥에 그려서 밟고 모독하게 된다고...
많이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조금 당황했지만
"저는 나쁜 의도는 1도 없습니다. 그저 태극기가 좋아서 그렸고, 밟는다 생각지 말고, 태극기 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좋은 의미 아닐까요? 그리고 언젠가부터 태극기 모독 죄 같은 법규도 없어진 걸로 압니다~ 그리고 국가대표 운동선수들도 국제 경기에 이기면 태극기에 누워서 사진도 찍고 뭐....
나쁜 의미가 아니니까 그냥 별스럽다고... 이쁘게 생각해 주세요~~" 했지만
그분은 완강하게 딱딱한 어투로 "그럼 SNS에 올려볼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너무 진지한 그분의 표정에
나는 "모두가 잘못됐다고는 생각지 않을 텐데요.. 일부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거고 나쁘다 하는 이도 있을 것 같습니다~ SNS에 올리시는 건 사장님 개인 취향이니 저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하고 대화는 끝이 나고 그분은 가시던 길 가셨다.
방금 전의 잠깐의 시간이 작업실 밖으로 보이는 태극기를 보며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태극기를 바닥에 그린 건 잘못이 없다. 단지 그곳을 나쁜 의미로 밟는 게 문제인 거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독도에도 콘크리트 바닥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고 했다. 기념행사 때 독도 앞바다에 초대형 태극기를 바다에 잠기게 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누군가 지나다가 태극기를 그리고 있는 나에게 애국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애국심이 남들보다 그리 강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애국심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고 겪은 적도 없다.
누구는 외국에 나가보면 애국심이 생긴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 나이 동안 일한다고 신혼여행 때 말고는 외국은 한 번도 안 가봤다. 그래서 그 의미도 잘 모른다. 그저 학창 시절 많은 과목과 같이 윤리와 국사를 시험 성적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고 살아온 날 동안 대통령이 누구였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그 외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이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김치는 우리 것이라고 외칠 수 있는 그냥 평범한 한국인일 뿐이다.
태극기를 그려놓고 일부로 밟고 문테고 찢는 것도 아닌데... 한국인으로서 태극기를 좋아해서 그린 것이 뭐 그리 잘잘못을 따질 만한 일인지 모르겠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 자기보다 더 특이한 걸, 혹은 잘되는 걸 경멸하는 사람들.... 내 말 안 들으면 안 된다는 그런 옛된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주체 없이 편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좋아해서 그린 태극기를 지워야 하나??
사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신경 쓰여서 그냥 안 그렸던 것처럼 그냥 까만색으로 지워 버리면
조용해지겠지만 나도 한국에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 주체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내가 좋아하는 태극기를… 내가 그린 태극기를 일 하다가도 뿌듯하게 한 번씩 바라볼 수 있게 놔두면 안 되는 걸까?
그리고 나쁘게만 보지 말고 자유분방하게 봐주면 좋겠다.
한국인으로 태극기를 몸에 감을 수도 있고, 속옷으로 프린팅 해서 입을 수도 있고 신발에도 문양을 넣을 수도 있고 양말로도 신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모두 나쁜 의미를 붙인다면 무언들 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표현하고… 무엇으로 형상화해도…
누가 뭐래도 태극기는 대한민국, 한민족의 표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