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하얗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명했던 색들이 오늘따라 모두 흐릿하게 보인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두 끼를 금식해서일까?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언제였더라. 시간의 감각마저 흐려진다.
귀 안쪽이 욱신거린다.
마치 귀안에 작은 심장이 뛰고 있는 것처럼.
그 통증이 어금니까지 이어져 턱 전체가 묵직하다.
굶는다는 게 이렇게 온몸을 뒤흔들 줄은 몰랐다.
컨디션은 바닥을 친 지는 이미 오래.
혀 위로는 바늘처럼 따끔거리는 물집들이 여기저기 돋아 난 것 같은 느낌.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없다.
"식사는 검사 끝나고 나서 하실 수 있어요~"
아침에 간호사가 했던 말이 정수리에서 자꾸 울린다.
정수리 털이 많이 빠졌다고 미용실 아주머니의 말에 며칠을 우울했는데,
꼭 그 정수리에서 자꾸 울린다.
이제는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다.
거울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입안에 작은 상처들이 음식을 거부할 것만 같다.
마치 내 몸이 스스로에게 단식을 강요하는 것처럼.
창밖의 하늘은 하얗다. 흐려서일까?
구름 한 점 없는 하얀 하늘. 마치 비어있는 내 속처럼.
시계를 본다. 아직도 검사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다.
귀는 여전히 아프고, 보이지 않는 혓바늘은 더욱 선명해진 것 같다.
병실의 하얀 침대에 누워, 나는 고요히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린다.
이 애처로운 배고픔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
검사 후 의사 선생님을 어떻게 볼까 하는 부끄러움.
기저귀를 때고 이 나이 되도록 내 똥꼬를 본사람은 아무도 없다. 절대로.
매우 아름답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점잖게 생기셨고 착하고 차분해 보이는 내 나이대에 여자선생님이다.
술을 좋아하는 내 위와 간을 5년째 3개월마다 관리해 주시던 분인데
농담도 가끔 할 만큼 적당한 친분도 있다.
변태는 절대 아니지만 내 똥꼬를 다룰 사람이 남자보다는 오히려 여자가 낫겠다는 생각은
얼마 전 대장검사가 결정되면서 든 속마음이다.
힘세고 포악한 남자보다는 조금 살살 넣어 줄 테니까.
드디어 시간이 왔다.
눈썹부터 똥꼬까지 힘이 스르륵 풀린다.
마치 급설사를 뿜어내고 변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