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아, 아빠가 중고로 홈짐을 사려고 하는데… 네가 한번 봐줄래?"
군복무 중인 아들에게 사진을 보냈다. 한참의 침묵…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오오~~ 진짜 멋지네! 좋은 거네! 그런데... 비싸지 않아?"
"엄청 비싼 건데, 180에 살까 해서." 나는 살짝 흥분한 듯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 아빠 혼자 분해할 수가 없어.
덩치가 커서 아파트에서 내리고 포터에 실어야 하는데… 너 휴가 언제 나와?"
"음… 수일 내로 휴가 잡아볼게요!"
열심히 군 복무 중인 아들을 꼬신 것이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며칠 후, 두 사람은 처음 간 집에 들어가서 홈짐을 분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볼트 하나하나를 풀고, 묵직한 철제 프레임을 나르고, 무게추를 정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몇 번의 시도에도 꿈쩍하지 않는 볼트를 보면서
"아빠, 이거는 그냥 힘으로 되는 게 아닌데?" 아들이 손을 털며 말했다.
"그러게. 어휴, 이걸 어떻게 아파트로 옮겼을까?"
그렇게 둘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차곡차곡 부품을 내려 포터에 실었다.
마침내 모든 작업을 마쳤을 때 두 사람은 땀범벅이었지만,
서로를 마주 본 이마에는 땀이, 눈에는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진짜 고생했네. 그래도 잘 샀지?" 내가 물었다.
"응 진짜 싸게 잘 샀네... 아빠 꿈이었잖아~."
난 속으로 '내 꿈이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드디어, 집에 도착. 차에서 부품들을 들이는데만 꼬박 1시간.
1층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둘은 퍼즐 맞추듯 매트를 깔고 홈짐 조립을 시작했다. 분해하면서 찍어 두었던 사진을 보며 부품을 맞춰 나가는 과정에서 종종 헷갈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잣말로
‘조립은 분해의 역순, 조립은 분해의 역순.’
군시절 총기분해조립 때 배웠던 말이다. 공감해서일까? 아들이 웃는다.
"아빠, 이건 여기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사진이 좀 이상하게 찍혔네…."
"흠… 잠깐만. 아, 여기 맞네!"
아들이 침착하게 조립 순서를 다시 정리하자, 모든 것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시작했고 몇 시간 후, 홈짐이 제자리를 잡으며 꿈꿔왔던 모습이 완성됐다.
아들은 분명 나보다 똑똑한 놈이다.
"학아, 너도 정말 좋지?"
아들은 들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응. 아빠가 좋아하는 거 보니까." 분명 나는 이 말을 들었다.
아들은 내 기분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한발 뒤로 물러나 조용히 홈짐을 바라보았다. 20살 때부터 꿈꿨던 것. 그리고 지금, 아들과 함께 만든 것.
바닥쿠션부터 홈짐이 제자리를 우뚝 자리 잡던 순간, 근래 들어 나에게 행복을 줄 일 이 또 있었던가…. 아들 속을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시키지도 않은 헬스시범을 보이는 모습을 보면 이 놈도 분명 극도의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나는 <아들과의 자전거 여행> 이후 말로 할 수 없는 찌릿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홈짐을 통해 부자간의 특별한 추억이 만들어졌다. 단순한 운동 기구가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서로를 향한 애정이 담긴 의미 있는 물건이 된 것이다.
하.. 그 아들은 다시 학교를 복학하면서 서울에 있고 같이 운동할 시간이 없다.
좀 어릴 때 가져왔었다면 이리도 쓸쓸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육중한 홈짐은 혼자 저렇게 서 있고 나는 이만치 떨어져 오늘도 물끄러미 핑계를 댄다.
‘날씨가 좀 시원해지면 운동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