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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12. 2023

앤디 워홀 스튜디오에 취업했지만 그만 둔 이유

동시대 아티스트 #미국편 ⑩ 조지 콘도 (2)

미술 평론가이자 철학자 가타리(Flix Guattari, 1930~1992, 프랑스)는 조지 콘도의 작품을 두고 다른 아티스트와 구분되는 '콘도 효과(Condo Effect)'가 있다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슈퍼컬렉터들이 현재 조지 콘도의 작품을 보유한 걸 보면, 가타리가 말한 '콘도 효과'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속되는 것 같다. 지금의 조지 콘도가 있기까지, 어떤 길을 지나왔을까? 과연 그는 바스키아의 말을 듣고 뉴욕으로 향했을까? 



④ 첫 직장은 앤디 워홀의 더 팩토리, 그러나! 

The Factory와 워홀, 'Andy Warhol's Factory-Warhol Sitting in the Factory'(1964), ⓒNat Finkelstein

1980년대 초, 20대의 조지 콘도는 부푼 꿈을 안고 뉴욕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한 에이전시와의 연락을 통해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더 팩토리에 입성한다. 이곳은 워홀의 스튜디오로, 1962년~1984년 사이 3개의 지점이 있었다. 배우, 영화제작자, 음악가 등 다양한 방면의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했다. 

앤디 워홀의 신화 시리즈 중 '슈퍼맨'(1981), ⓒGuardian

이곳에서 콘도는 워홀의 '신화 시리즈'를 제작하는 스크린 프린터로 일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업무가 자정에 끝나는 등 고강도의 노동을 지속했다. 결국 9개월 만에 뉴욕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조지 콘도, 'Untitled'(1998), Color lithograph with screenprint on paper, ⓒArtsy

이후 LA로 이사했지만 더 팩토리에서 보낸 시간은 1990년대 후반에 진행했던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워홀의 스튜디오에서 보냈던 시절이 떠올랐고, 회화적인 방식으로도 실크 스크린이 가능하겠다고 깨달았다."라고 언급할 정도였으니까. 경험은 고됐지만, 워홀에 대해선 "예술의 신들과 접촉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앤디 워홀과 조지 콘도 / 워홀이 찍은 콘도, 1986 / ⓒW, Artsy

조지 콘도가 더 팩토리를 떠나고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워홀은 콘도의 그림을 몇 점 구매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콘도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근무한 직원이었다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워홀 사망 당시, 그 침대 옆에는 콘도 그림이 놓여있었다고. 작품성 하나 만큼은 인정했다는 뜻이 아닐까. 

4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조지 콘도는 앤디 워홀과 자기 작품이 함께 전시되는 것을 보면 이상한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덕후)은 아닐런지. 



⑤ '심리적 입체주의' 용어의 창시자


조지 콘도, 'Smiling Face'(2007), ©Baku

콘도는 주로 사람 얼굴에 흥미를 보이며 '초상'에 매료됐다. 예를 들어, 어떤 승객이 전화로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도 버스 안을 흘끗댄다거나, 친절한 미소로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이 가게 밖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가졌다거나 하는 등 사람에게는 여러 면이 존재한다. 그가 묘사하는 얼굴은 환희, 우울, 분노, 무심함, 초조함 등 여러 결로 교차하는 심리 상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다양한 면이 공존하는 심리적인 상태에 주목하고, 그 작업을 스스로 '심리적 입체주의(Psychological Cubism)' 또는 '인공적 사실주의(Artificial Realism)'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파블로 피카소 'Marie-Thérèse avec une guirlande'(1937), ⓒArtsy

피카소의 '입체주의(Cubism)'와 다른 점이 있다면, 피카소는 '공간'과 '형태'에 집중하고, 콘도는 '감정'과 '심리 상태'에 주목한다. 즉, 피카소가 그림은 평면이라던 기존 고정관념을 부수고 입체적인 관점으로 화폭의 범위를 넓혔다면, 조지 콘도는 '심리적 요소'와 '상상력'을 더해 세상에 없던 인물들을 구현한다. "대상의 겉모습보다 정체성의 본질을 그리는 것이 진정한 초상화"라던 콘도의 말에서 그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 

① 조지 콘도, 'Batman and Bunny'(2005), ©George Condo

② 조지 콘도, 'The New normal'(2010), ©Hauser&Wirth

③ 조지 콘도, 'Red and Green and Purple Portrait'(2019), ©The page gallery



대상의 겉모습보다 정체성의 본질을 그리는 것이 진정한 초상화다. - 조지 콘도


누구든 외부 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사람에게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사실은 콘도에게 큰 영감의 원천이다. 


*표지 : 조지 콘도, 'Multicolored Portrait'(2014), pastel on linen, ©mutualart



 |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 2021년 11월 26일, '네이버 메인' 공연전시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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