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아티스트 #미국편 ⑩ 조지 콘도 (1)
자꾸 눈길이 간다. 피카소의 입체주의가 떠오르는 한편 다른 생각도 든다. 웃기고 무서운데, 어쩐지 나쁜 꿈을 꾸었을 때 마주쳤던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는 위트와 기괴함, 희열과 분노, 분열과 해체 등 온갖 느낌이 가득하다. 얼굴 위에 쌓인 도형들은 오히려 건축적으로 보인다.
이 아티스트는 '제2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조지 콘도(George Condo, 1957~)다. 콘도는 예술과 투자, 두 관점에서 모두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 억만장자이자 브로드 뮤지엄 설립자인 '엘리 브로드', 미국 최초의 소셜 커머스 그루폰의 창업주인 '에릭 레프코프스키' 등 슈퍼 컬렉터들이 그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문난 컬렉터인 지드래곤이 인스타그램에 조지 콘도 작품을 인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조지 콘도에 관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명품 중 명품,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클래식한 스타일과 높은 희소성으로 인기가 많다. 조지 콘도는 이 버킨백 위에 직접 핸드페인팅을 한 적이 있다.
특별한 가방의 주인은 미국 LA 출신 셀럽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1980~)이다. 콘도는 가방 전면에 인물 4명을 그렸다. 이에 대해 작가는 2014년, 매거진 'W'와의 인터뷰에서 그림 그렸던 때를 회상했다. 당시 킴의 약혼자였던 칸예 웨스트는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다며 콘도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연락을 받은 콘도는 15분 만에 그림을 완성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1977~)는 2010년 발매된 5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앨범 아트를 조지 콘도에게 의뢰했다. 두 아티스트는 콘도의 스튜디오에서 만나 앨범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결과로 조지 콘도는 작품 9점을 그렸다. 각 작품은 도전, 카타르시스, 불사조 등 각기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그중 '술잔을 든 발레리나'는 콘도의 아내 안나가 보여준 '프랑스 댄서 실비 길리엄'의 슬로 모션 영상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졌다. 국내에는 오리지널 커버가 아닌, 비교적 수위가 약한 해당 발레리나 작품이 커버로 채택되기도 했다.
해당 앨범은 2010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고, 발매 후 2년 동안 120만 장이 팔리는 등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여전히 많은 힙합 팬들은 앨범을 극찬한ㄷ. 음악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콘도의 작품도 더욱 유명세를 더했다. 그야말로 윈-윈이었던 것.
앞서 보신 것처럼 콘도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과도 인연이 깊다. 그 시작은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매사추세츠 로웰 대학에서 예술사와 음악 이론을 공부하며 'The girls'라는 신예 펑크 밴드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활동하였다.
이때, 콘도는 뉴욕에서 했던 공연을 계기로 뉴욕 예술계 슈퍼스타 장-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를 만난다. 음악과 미술, 두 분야에 모두 열정적인 두 아티스트라니, 서로가 얼마나 반가웠겠나. 콘도는 바스키아와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항상 예술가로서 어울렸고, 밖으로 나가 모두에게 장난쳤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그들은 영감을 나누며 친밀한 우정을 이어나갔다. 결국, 바스키아는 콘도가 뉴욕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설득까지 한다.
과연 조지 콘도는 예술계 핫플 뉴욕으로 갔을까?
*조지 콘도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표지 : 조지 콘도, 'Portrait Composition in Blue and Grey'(2012), ©mutualart
글 |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 2021년 11월 25일 '네이버 메인' 공연전시판에 게재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