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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15. 2023

It's Party Time!

동시대 아티스트 #스위스편 ⑪ 니콜라스 파티

글로벌 미술시장에 신호탄을 쏜 한 마디가 있었다. 바로 "It's Party Time!". 경매 시장에서 2019년 5월과 10월, 2020년 12월, 2021년 9월과 10월, 11월까지 놀라운 기록이 연이어 경신됐다. 그 주인공은 스위스 아티스트, 니콜라스 파티다.

왜 그에게 열광할까? 미술시장 경매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금 이 아티스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니콜라스 파티


파스텔로 작업하는 니콜라스 파티, ⓒArtflyer

니콜라스 파티는 파스텔로 조각같이 밀도 높은 부피감을 표현하는데 독보적인 아티스트다.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나 최근에는 뉴욕과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1980년 출생한 비교적 젊은 아티스트인데도 전설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1962~), 루이뷔통과 컬래버레이션한 우르스 피셔(Urs Fischer, 1973~) 등 거장과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언급된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의 선택


파티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활약이 더욱더 두드러지기 시작했던 때는 2019년부터였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에서 니콜라스 파티를 발탁하겠다며 발표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제 파티의 시간이라며 "It's Party Time!"을 외친 것도 바로 이 갤러리다.

하우저 앤 워스와 처음으로 함께한 전시 프로젝트 '니콜라스 파티: Sottobosco'전(2020) .하우저 앤 워스 로스 앤젤레스에서 개최되었다. 아치형으로 구성한 벽과 다채로운 작품이 걸려 있다. ⓒJoshua White, ⓒAustin Radcliffe


잠깐, 그 갤러리가 왜 중요할까? 대형 갤러리는 글로벌 미술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하우저 앤 워스는 취리히, 런던, 뉴욕, 홍콩 등 세계 곳곳에 분관이 있어 다양한 컬렉터를 확보하기에 유리하고, 소속 아티스트를 지원하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우저 앤 워스와 처음으로 함께한 전시 프로젝트 '니콜라스 파티: Sottobosco'전(2020) .하우저 앤 워스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었다. ⓒJoshua White


또,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여 아티스트를 발탁하는 등 다양성에 집중하거나 미술사 학교 설립, 출판, 연구 등 예술계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한다. 이렇듯 갤러리에 발탁되는 것이 아티스트 개인에게는 고유의 예술성과 상업성 둘 모두를 발전시킬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발탁 이후에 이어진 뜨거운 반응

현재 니콜라스 파티 작가 최고가 작품인 'Landscape'(2015). 해당 작품은 2021년 11월 크리스티 뉴욕에서 중간 추정가 대비 717.5%를 웃돈 USD 3,270,000(한화 38억 이상)에 거래되며 자체 최고가를 경신했다.

소더비 홍콩에서 2021년 10월 'Tree'(2014)가 한화 약 18억에 거래된 지 한 달 만에 거둔 성과다. (한화는 비교를 위한 대략적인 수치로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rtspace



실제로 파티도 하우저 앤 워스 발탁 이전부터 컬렉터 사이에선 관련 소문이 돌았던 터라 작품에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2019년에만 33점이나 경매시장에 공개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니콜라스 파티의 '페인팅 장르' 경매 기록을 살펴보면 총 거래금액, 거래 횟수, 작품 평균 금액 등 다양한 지표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TESSA 유튜브 채널

페인팅 장르의 '거래 횟수'와 '작품 평균 금액'을 비교하면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거래 횟수는 2배가량 높아진 것에 비해, 작품 평균 금액은 약 113%나 올랐기 때문이다.

더불어 2021년에 공개된 페인팅 9점의 유찰률이 0%에 달하는 것을 같이 보면 파티 작품의 높은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유찰은 낙찰의 반대되는 말로 경매에 출품되었으나 낙찰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즉, 유찰률이 낮을수록 낙찰과 수요는 높다고도 해석된다.



그러나 하우저 앤 워스가 다가 아니다


베이징에 있는 Mwoods 갤러리에서 2018년에 진행됐던 '니콜라스 파티: Arches'전. 니콜라스 파티는 공간 구성도 작품 감상에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Mwoods


사실, 니콜라스 파티는 하우저 앤 워스에 발탁되었던 2019년 이전부터 독특한 색채로 주목을 받았던 라이징 아티스트다. 그래서  뉴욕 'Karma', 브뤼셀 'Xavier Hufkens', 밀라노 'Kaufmann Repetto', 취리히 'Galerie Gregor Staige'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유수의 갤러리와 함께 이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하우저 앤 워스 역시 파티 발탁을 발표하던 당시, 그가 속한 여러 갤러리와 함께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2018년, 브뤼셀에 있는 르네 마그리트 박물관에서 진행되었던 'Magritte Parti'전.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되어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Karma


워싱턴 허쉬혼 박물관, 로스앤젤레스 해머 박물관, 댈러스 박물관, 글래스고 현대 연구소, 뉴욕 플래그 아트 재단 등에서 단독 개인전도 활발히 개최했다. 그중 주목할 전시는 브뤼셀 '르네 마그리트 박물관'에서 2018년에 진행됐던 'Magritte Parti' 전시. 해당 박물관은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230점을 소장하여 마그리트의 세계 최대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브뤼셀에 있는 르네 마그리트 박물관에서 진행되었던 'Magritte Parti'전.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되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Bruzz


파티가 과거에 했던 그라피티 작업과 더불어 10여 년간 3D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경력이 엿보일 만큼 구성은 입체적이었다. 단지 흰 벽에 불과했던 박물관을 강렬한 색상으로 덮거나 작품이 포함된 벽에 벽화를 꾸리는 등 르네 마그리트와 니콜라스 파티가 어우러지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니콜라스 파티가 작업하는 전시는 단지 빈 벽에 작품을 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파티가 사랑한 아치


니콜라스 파티의 'Stage Fright'전. 2021년에 독일 하노버에 있는 케스트너 게젤샤프트(Kestner-Gesellschaft)에서 개최되었다. 파티는 이곳에 대형 돔형의 벽과 천장에 그림을 그려 동굴을 만들었다. ⓒkestnergesellschaft


파티는 '갤러리는 일종의 무대인데,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깨끗하고 흰 벽은 작품에 도움이 될 만한 아무 효과도 주지 않는다. 흰 벽이 빈 무대라면 그 무대에 그냥 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즉, 그에게 공간은 영감의 대상이자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


공간 중에서도 특히 파티는 '아치 형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독일 하노버 갤러리에서 개최했던 전시로 부드러운 곡선이 가득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인 프라 안젤리코의 'The Annunciation'(1443),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 마르코 수도원(The Convent of San Marco)에 프레스코. ⓒHeestoryNArt


직접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 마르코 수도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산 마르코 수도원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였던 프라 안젤리코의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인 곳으로, 사방이 온통 '아치형'으로 가득 찬 건축물이다. 기존 현대 건축에서는 볼 수 없던 따뜻함을 이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니콜라스 파티의 'Stage Fright'(2021)전. ⓒkestnergesellschaft


아치형 공간에서 받은 영감은 다시 작품에 이르러 좋은 주제가 된다. 파티는 아치형을 도입한 작품에는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힘이 균형적으로 모일 뿐만 아니라 조화로움이 있는 형태로 작업이 잘 된다고 한다. 파티는 이 아치 형태를 담은 건축 풍경화를 작업하기도 했다.


*표지 : 니콜라스 파티, 'Landscape'(2020), ©Nicolas Party



 |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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