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억 원을 기록한 아트 페어

미술시장 돌아보기 ④ 2022년 상반기 결산 #국내편

by 원윤지

※ 2022년 5월, 누적 회원 13만 명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다릅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읽기 쉽도록 재가공했습니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국내 미술시장 사상 첫 1조 원 시대, 지난 2년은 이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간 기록을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해본다. 그 세 번째로 2022년 상반기 국내 시장을 조명한다. 직접 취재한 2022 아트 부산을 돌아본다.


아트 부산이 뭐길래


훈풍이 불었던 부산, 2022년 상반기 미술시장의 빅 이벤트인 아트 부산이 5월 12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팬데믹을 벗어나는 조짐이 보였던 만큼 벡스코에 걸음한 관람객은 티켓 발권 입구부터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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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부산은 2023년을 기준으로 12회째를 맞는 민간 아트 페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국내 갤러리부터 글로벌 블루칩으로 참가한 해외 갤러리까지. 저마다 특색있는 갤러리들이 요즘 주목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지금의 미술시장은 어떤지 즉각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이 묘미다.

주최 측에 따르면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0%나 증가한 133개의 국내외 갤러리가 참가했으며 국적으로만 나눠도 21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관람객은 10만 명 이상이 몰린데다가 약 760억 원에 달하는 역대급 판매고를 올리며 개최 종전에 비해 최고 매출로 집계했다.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 그 현장을 전한다.



Part 1. 미술관급 전시

누구나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왼쪽부터 오른쪽 순. 박서보와 윤형근의 회화, 권대섭의 백자

아트 페어는 말 그대로 '미술 장터'로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컬렉터와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숲처럼 늘어선 부스와 작품 사이에서 무엇을 봐야할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트 부산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것이 있는데, 바로 테마가 있는 전시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었던 이상수의 'Flamingos', EXPERI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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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제작한 포토 드로잉 'Pictures at an Exhibition', EXPERIMNE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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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보희의 'Towards'. 캔버스를 이어붙여 그린 대작 중 일부. / ②앤서니 제임스의 작품. 기하학적 형태와 빛으로 설치를 만든다.

BTS가 소장해 화제를 모았던 작가 이상수(1983~)의 분홍색 '플라멩고'가 전시장 입구를 지켰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의 8.7m에 달하는 작품(작품 속에는 호크니 본인의 모습도 있어 재밌다)과 제주를 그리는 김보희(1952~)의 대형 'Towards', 빛과 시공간을 주제로 삼는 앤서니 제임스(Anthony James, 1974~)의 빨려 들어갈 듯한 설치물 등 관람객을 압도하는 작품을 발견했다. 그밖에도 작품 앞에 놓인 초대형 벤치,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는 참여형 전시 등 미술이 지닌 문턱을 낮추려는 흔적들이 있었다.



Part 2. 최고가 작품이 바뀌었다?

리히텐슈타인 말고 파블로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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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이건용의 바디 드로잉 시리즈.

아트 부산 곳곳에서 컬렉터와 갤러리 관계자, 관람객이 모여 작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포착했다. 가격은 물론이고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작품을 집에 둔다면 어디에 걸지, 어떤 프레임이 어울릴지 등 현장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중 이건용(1942~), 하종현(1935~), 이불(1964~) 등 손꼽히는 원로 작가들을 비롯해 해외 유명 작가들도 단연 주목받았다. 그간 시장에서 보여준 안전성과 높은 수요 때문인 것도 같았다.

파블로 피카소의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1964). 한화 약 51억으로 2022 아트 부산에서 최고가를 기록. ⓒArtnet

최고가 작품은 바로 한화 약 51억에 달하는 파블로 피카소의 회화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1964)였다. 해당 작품은 당시 예약 중이라고 밝혀졌는데 사실상 개막 전 최고가로 예측됐던 작품은 '행복한 눈물'이었다.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etein, 1923~1997)의 추정가 70억 원에 달하는 작품이었다. 해당 갤러리 부스에 갔을 때 보이지 않아 작품에 대해 물어보니 출품되지 않았다고 답해주었다.



Part 3. 유명 작품 대거 등장

아니 이 작품은!

산천과 달, 구름 등 자연의 모습과 백자 항아리 등 전통 기물의 격조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김환기.
불안함과 고독을 날카롭게 묘사하는 프랑스 화가 베르나드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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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개념미술의 대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Graig-Martin, 1941~)은 줄리안 오피(Julian Opie, 1958~),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등의 스승으로 알려진데다가 예술의 전당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진행하여 화풍이 친숙한 작가다. 생생한 색감과 과감히 생략된 선을 보며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많았다.

8억 원대에 거래된 하종현의 '접합 09-010' 중 일부

그런가 하면 컬렉터가 빠르게 지갑을 열었던 작품도 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거장, 하종현의 '접합' 시리즈가 약 8억 원대에 판매되었다. 올이 굵은 마대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넣는 방식을 담은 작품인데요. 캔버스 양면으로 모두 사용하는 독특함으로 소재와 더불어 주목받았던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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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인터넷 드웰러'와 안토니 곰리의 조각. 곰리는 공간과 인간의 관계, 불교 사상 등에 주목하고, 생활과 밀접한 작업을 주로 했다.

백남준(1932~2006)의 비디오아트 '인터넷 드웰러'가 13억원 대, 강렬한 색과 기하학적 구성이 돋보이는 유영국(1916~2002) 작품이 14억 원대, 도시와의 공존을 주제로 삼은 영국 중견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Mark David Gormley, 1950~)의 신작이 8억 원 대에 판매되는 등 활발한 성과가 이어졌다.

알렉스 카츠의 작은 프레임 작품들.

확대된 앵글로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간결하게 그리는 알렉스 카츠(Alex Katz, 1927~) 역시 이번 아트 페어에서 숨은 강자였다. 대형 작품 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회화들 다수가 컬렉터들에게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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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를 뒤바꾸어 그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신작. 유럽 화랑 타데우스 로팍이 출품하였다

반면에, 얼마 전 루이비통과의 컬레버래이션으로 파리를 물들였던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1929~)의 60억 원대 부조, 전후 독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대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의 40억 원대 회화, 위아래를 뒤바꾸어 그림을 그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 작품 등은 높은 출품가와 그 명성으로 개막 전부터 자주 기사화되었지만, 막상 작품은 판매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작품들 보다 가격대가 낮고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10억 원대에서 그 미만 작품 구매력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톰 하우즈(Tom Howse, 1947~) 회화 중 일부

*2022년 상반기 미술시장 이야기를 마칩니다.

*5편부터 2022년 하반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사진 원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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