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돌아보기 ② 2021년의 한중일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국내 미술시장 사상 첫 1조 원 시대, 지난 2년은 이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간 기록을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해본다. 그 첫 번째는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국내외 미술시장이 처음으로 회복세를 보였던 2021년이다. 매일 새로운 경매 기록이 쓰였던 해이다.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추정됐던 모던-컨템포러리 아티스트만 해도 60만 명 이상에 달했다. 아티스트도 컬렉터도 많이 몰렸던 시기, 주로 어떤 아티스트와 화풍이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았을까?
지난 편에서 울트라 영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를 세분화하여 알아봤다면, 이번 편 키워드는 '동아시아' 기반의 아티스트이다. 중국·홍콩·대만 미술시장의 총 거래 금액은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를 기준으로 동기간 전체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인 1조원 중 40%를 차지했다. 32%를 차지한 미국을 넘어서는 수치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팽창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홍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홍콩에서 거래된 영 아티스트 작가들의 총 판매액은 역대 최고 기록인 1억 4,200만 달러로, 한화로만 약 1,700억 원에 달한다. 홍콩은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 작가의 수요가 높아 '지역 단위 중심지(Regional Hub)'로 저평가 받았으나 최근 미술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국제적 중심지로 이름을 굳히는 중이다. 이미지는 각 아티스트의 대표적인 화풍이 담긴 작품이다.
한국 | 2021년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키워드는 '단색화'다.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는 서양의 모노크롬과 자주 비교되지만, 한국 고유의 전통과 철학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DANSAEKHWA'라는 개별 장르로 구분된다. 해외 주요 경매 기관에 출품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는데, 그 이름은 이우환, 박서보, 김환기, 김창열 등이다.
특히, 물방울 화백 '김창열'은 2021년 5월에 홍콩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5억 원에 작품이 거래되며 작가 자체 최고 경매 거래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어서 11월 필립스 홍콩 경매에서는 최저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실제 경매에 들어갔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경쟁이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 2021년 미술시장에서 중국은 반 세기 전을 주름 잡았던 아티스트와 동시대 젊은 아티스트가 고르게 주목받는 모양이었다. 피카소와 미로의 찬사를 받았던 자오 우키(Zao Wou-ki,1921~2013), 아방가르드 미술의 대표 주자 쩡 판즈(Zeng Fanzhi, 1964~), 신문지 위 드로잉으로 유명한 산유(Sanyu, 1895~1966) 등이 거론되었다. 1970년대 이후 태어나 포스트 마오 세대라 불리는 황 유싱(Huang Yuxing, 1975~)도 주목받았다. 중국 기반의 아티스트들은 문화대혁명 등의 정치적 상황을 주로 다루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 가까울 수록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주제를 선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 일본은 직관적이라 인지하기 쉽고, 부드러운 화풍을 주로 보여주었다. 2021년 미술시장에서 활약했던 아티스트는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1929~)가 있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캐릭터로 유명한 요시토모 나라(Yoshitoma Nara, 1959~)는 2021년 상반기에만 경매 총 거래가가 약 1,500억 원에 달해 바스키아와 뱅크시를 잇는 기록을 달성했다. 그외에도 전시로 2023년 부산을 뜨겁게 달구었던 다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 1962~)와 스케치 없이 맨손으로 퍼포먼스 드로잉을 보여주는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 1982~)가 두드러졌다.
*표지 : 야요이 쿠사마, <All Eternal Love I Have for the Pumpkins>, 2016, ⓒYayoi Kusama
*3편부터 2022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 원윤지
※ 2022년 1월, 누적 회원 13만 명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다릅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읽기 쉽도록 재가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