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이다 Aida」

Giuseppe Verdi(1813-1901, 이탈리아)

by 세실리아

우리는 사랑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까? 때로 사랑은 기쁨이 아니라 선택을 요구하고, 그 선택은 삶 전체를 뒤흔든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전개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누구도 가볍게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랑 때문에 침묵하고, 배신하고, 결단하며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아이다〉의 비극은 감정의 과잉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각자가 짊어진 정체성과 책임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주이면서 포로인 아이다, 장군이면서 연인인 라다메스,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불안한 한 인간인 암네리스. 이 세 인물은 모두 사랑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끝까지 시험받는다.




수에즈 운하와 제국주의, 그리고 〈아이다〉의 탄생 배경 〈아이다〉의 탄생 배경은 19세기 후반의 국제 정치·경제 질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869년 완공된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교통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대규모 토목 사업이었다. 이 운하 덕분에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항해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고, 세계 무역 구조는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공사의 이면에는 약 9천 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희생이 존재했다. 당시 이집트를 사실상 통치하던 인물은 오스만 제국이 파견한 총독, 케다이브(Khedive, 부왕/번왕이라는 작위) 이스마일 파샤였다. 그는 수에즈 운하 개통이라는 대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카이로에 오페라 극장을 건립하고, 개관 공연으로 이집트 역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오페라를 올리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베르디에게 작품을 의뢰했으나 베르디는 처음에는 작곡을 거절한다. 당시 베르디는 단순한 작곡가가 아니라 고용인만 3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던 경영인이기도 했고, 이미 명성과 경제적 안정을 모두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베르디는 이집트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 Auguste Mariette 가 구상한 극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작품을 수락하게 되며, 대본은 안토니오 기슬란초니 Antonio Ghislanzoni 가 완성한다. 그러나 카이로 오페라 극장의 실제 개관 공연에서는 정작 〈아이다〉가 아닌 〈리골레토〉가 대신 무대에 올랐다. 무대와 의상을 준비하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마리에트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발발로 인해 봉쇄령에 묶이면서, 준비된 세트 및 의상과 함께 약 1년 동안 이집트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소재와 드문 배경, 그리고 음악적 특성 〈아이다〉의 극적 배경은 고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간의 전쟁이다. 이는 람세스 3세가 북아프리카 원정에서 천 명의 포로를 생포해 왔다는 역사적 기록을 모델로 삼은 설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자체가 매우 드문 만큼 이 작품은 소재 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음악적으로 〈아이다〉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을 요구하는 작품이며, 화려한 합창과 장대한 관현악이 특징이다. 특히 이 작품은 '중창을 위한 오페라'라고 불릴 정도로, 이중창·삼중창·사중창 등 앙상블 장면에서 극적 긴장과 음악적 정수가 응축되어 있다. 물론 테너 라다메스의 아리아 '정결한 아이다 Celeste Aida'는 널리 알려진 명곡이지만, 작품 전체를 통틀어 순수하게 아리아라 부를 수 있는 곡은 세 곡에 불과하다. 베르디는 관객의 환호를 얻기 위해 아리아를 남발하지도 않았으며, 대신 드라마의 흐름 속에서 음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작곡했다. 형식적으로 〈아이다〉는 베르디의 후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기 오페라에서 자주 보이던 ‘번호 오페라(number opera)’의 특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며, 각 음악 단위의 시작과 종결이 분명하게 구획되어 있다는 점이 그 예이다. 이러한 구조는 청중에게 명료한 이해를 제공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고도의 드라마틱한 통일성을 유지한다.


예술 속에 숨겨진 비판 - 제국주의의 상징으로서의 〈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19세기 유럽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유럽 열강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군사적으로 제압하고 영토와 자원을 약탈하며, 주민들을 착취했다. 이러한 지배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가 바로 수에즈 운하였다. 운하는 단순한 토목 구조물이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의 상징적 산물이었다. 그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면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의뢰된 이 오페라가 역설적으로 권력의 남용과 그 욕망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아이다〉의 인물들은 국가와 권력, 충성과 사랑 사이에서 시험 당하며, 결국 그 갈등 속에서 파멸에 이른다. 이 작품은 강대국이 행사하는 폭력적 질서와 그 질서 속에서 고통받는 약자들의 운명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초연 이후의 성공과 오늘날의 가치 이집트 당국은 카이로 초연에만 관심을 두고 이후의 공연권을 베르디에게 모두 넘겼다. 그러나 〈아이다〉는 초연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의 핵심 레퍼토리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베르디는 당초 약속된 개런티를 훨씬 초과하는 막대한 저작권 수입을 얻게 된다. 이 작품의 영향력은 작곡가 푸치니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푸치니가 19세 때, 페사로에서 공연되는 〈아이다〉를 보기 위해 무려 29km를 걸어갔다는 일화는 이 작품이 젊은 음악가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대에서 완성되는 오페라, 반드시 ‘경험’해야 할 작품 〈아이다〉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최고 수준으로 달성한 보기 드문 오페라이다. 이 작품의 진가는 음반이나 영상만으로는 온전히 체감되기 어렵다. 베로나 아레나 원형극장과 같은 대규모 야외극장이나 국내에서 열리는 대형 공연에서 경험하는 〈아이다〉는 합창과 오케스트라, 무대 규모, 공간의 울림이 결합되어 작품의 본질을 가장 생생하게 드러낸다. 결국 〈아이다〉는 단순한 역사극도, 단순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그것은 제국주의 시대의 모순, 권력과 인간의 비극 그리고 예술이 시대를 어떻게 비추는지를 깊이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아이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고전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감동과 사유를 제공한다.

아이다_카이로초연.jpg 〈아이다 Aida〉초연 _Cairo Opera House, 1871


원작: 오귀스트 마리에트의 시나리오 「아이다 Aida」

대본 작가: 안토니오 기슬란초니 Antonio Ghislanzoni

초연: 1871년 12월 24일, 카이로 케다이브 오페라 하우스

언어: 이탈리아어

구성: 4막


등장인물

아이다(Aida) – 에티오피아의 공주 / 소프라노

라다메스(Radamès) – 이집트 군대의 젊은 장군 / 테너

암네리스(Amneris) – 이집트의 공주 / 메조소프라노

아모나스로(Amonasro) – 에티오피아의 왕, 아이다의 아버지 / 바리톤

람피스(Ramfis) – 대사제 / 베이스

여사제(Sacerdotessa) - 불칸 신전의 무녀장 / 소프라노

이집트 왕(The King of Egypt) - 암네리스의 아버지 / 베이스

전령(A Messenger) 침공 소식을 전하는 사자


시놉시스

#1막 1장: 멤피스 왕궁의 대전

대사제 람피스는 라다메스에게 에티오피아 군이 이집트를 침공했음을 알린다. 그는 여신 이시스가 수비군의 지휘관으로 지명한 장군의 이름을 왕에게 전하기 위해 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라다메스는 자신이 지휘관이 되기를 바라며, 원정에서 기필코 승리하여 사랑하는 아이다와 행복한 미래를 보내고 싶다는 열망과 사랑을 노래한다. 왕의 딸 암네리스는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감정을 떠보려 한다. 라다메스는 이를 모호하게 회피하지만, 암네리스는 자신의 에티오피아인 노예 아이다를 바라보는 그의 반응을 보고 의심이 사실임을 깨닫는다. 사실 아이다는 에티오피아의 공주이지만 암네리스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왕과 백성 앞에 전령이 도착해 에티오피아 왕 아모나스로가 이끄는 군대가 테베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왕은 라다메스가 지휘관으로 선택되었음을 선포하고, 그에게 불카노 신전으로 가서 성검을 받으라고 명령한다. 암네리스는 그에게 군기를 건네고, 왕이 이끄는 백성들은 침략자에 맞서 싸울 것을 선언하며 라다메스에게 승리를 기원한다. 아이다는 무심코 이 외침에 동조하지만, 자신이 에티오피아의 공주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라다메스와 조국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번민한다.

#1막 2장: 멤피스의 불칸 신전

사제들과 여사제들은 푸타 신(불카노)을 찬미한다. 라다메스는 이집트의 신성한 땅을 지켜달라고 기도하고, 신검과 투구, 갑옷 등을 받는다.

#2막 1장: 테베 왕궁, 암네리스의 거처

이집트의 승리를 축하하는 날을 맞아 시녀들의 치장을 받으며 암네리스는 라다메스의 사랑이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그녀는 아이다의 심중을 떠보기 위해 "라다메스가 전사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이다가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이다는 자신의 왕족 신분을 드러낼 뻔하지만 이를 억누르고 자비를 구한다. 이때 군대의 '개선행진곡'이 들려오고, 암네리스는 개선식에서 아이다가 자신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 말하며 자신의 우위를 확신한 채 승리에 도취된다.

#2막 2장: 테베 성문 앞 광장

라다메스는 개선 장군으로서 성문을 통과한다. 왕은 보상으로 원하는 소원을 말하라고 하고, 라다메스는 포로들을 풀어달라고 말한다. 에디오피아 포로들이 끌려 나오는데 그 가운데서 아이다는 아버지를 알아보지만, 아모나스로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말라고 경고한 뒤, 에티오피아 왕이 전사했다고 왕에게 허위로 보고한다. 람피스는 그들이 여전히 강력한 적이라고 경고하지만, 왕은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아이다와 아모나스로를 인질로 남겨두기로 결정한다. 이어 라다메스를 자신의 사위이자 후계자로 삼는다고 발표한다. 암네리스는 승리에 도취되고, 라다메스와 아이다는 충격과 깊은 절망에 빠진다. 아모나스로는 복수를 다짐하며 딸을 격려한다.

#3막 1장: 이시스 신전 인근 나일강가

암네리스는 람피스를 동반해 라다메스와의 결혼에 대한 기도를 올리기 위해 신전에 들어간다. 아이다가 등장하여 다시는 볼 수 없는 조국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 숨어 기다리던 아모나스로가 나타나 아이다에게 라다메스를 통해 에티오피아를 공격할 원정 경로를 알아내 달라고 요구한다. 아이다가 이를 거부하자, 그는 가족과 조국이 파괴되는 참상을 그려 보이며 부친으로서의 저주까지 언급하며 압박한다. 결국 아이다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라다메스가 도착하자 아모나스로는 다시 몸을 숨긴다. 열정적으로 다가오는 라다메스에게 아이다는 차갑게 응대한다. 그녀는 그가 암네리스와의 결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며, 진정 자신을 사랑한다면 함께 에티오피아로 도망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다메스는 망설이다가 결국 아이다의 간청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다와 에티오피아로 달아나기로 한다. 아이다는 이집트 군대를 피하기 위해 어떤 길이 안전한지 묻는다. 라다메스는 군이 나파타 협곡을 통해 진군할 것이라 답한다. 그 순간 아모나스로가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군대가 그곳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말한다. 라다메스는 자신이 무심코 조국을 배신했음을 깨닫고, 아이다와 아모나스로의 위로도 거부한 채 함께 도망치는 것도 거절한다. 암네리스와 람피스가 신전에서 나와 그를 반역자로 고발하고, 라다메스는 암네리스를 죽이려는 아모나스로의 시도를 막은 뒤 람피스에게 스스로 항복한다. 아이다와 아모나스로는 탈출에 성공한다.

#4막 1장: 왕궁의 한 홀

결혼식 전날 배신당한 암네리스는 여전히 라다메스를 사랑하기에 죄책감과 괴로움이 시달린다. 암네리스는 아이다를 잊는 조건으로 라다메스를 살려주겠다 말하지만, 그는 죽음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음을 밝히며 다시 감옥으로 향한다. 홀로 남은 암네리스는 사랑을 잃은 슬픔과 수치심으로 절규한다. 다음으로 라다메스에 대한 재판 장면이 이어진다. 암네리스는 재판을 지켜보지만, 라다메스는 람피스의 고발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는 신전 밑에 산 채로 매장되는 형벌을 선고받는다. 암네리스는 사제들에게 그의 생명을 구걸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들을 저주한다.

#4막 2장: 불카노 신전 내부와 그 아래의 지하 묘실

돌무덤에 갇힌 라다메스는 오직 아이다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것만을 한탄한다. 그러나 아이다는 이미 그의 판결을 알고 몰래 무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죽기 위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무덤 속에서 함께 내세의 사랑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두 사람이 삶에 작별을 고하는 동안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암네리스는 신전 위에서는 라다메스를 위해 기도한다.


사진 출처: https://www.metopera.org/user-information/old-seasons/2020-21/aida/

매거진의 이전글오페라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