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에세이 50

홍정욱

by 세실리아

(2021. 3. 6.)


오래전 읽었던 《7막 7장》부터 《7막 7장 그리고 그 후》까지, 저자의 글이 주는 울림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번 에세이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이 책을 통해서도 느끼지만, 그의 글에 담긴 울림의 원천은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구절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문장들도 많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저자도 그저 많이 고뇌하고, 매 순간 난관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한 인간이구나라는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기도 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정리와 버리기, '순간을 모은다(P148)'라는 습관에 관한 지점이었다. 나 또한 내 공간에 물건이 쌓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버릴 수 있는 온갖 것들을 버림으로써 삶의 자유와 정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라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정리하고 버린 후 남은 여백에는 근사한 경험의 순간들을 채워나가며,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하루하루를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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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_꾸메문고 북카페에서


정리는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

(P16) 내 취미는 수집이 아니라 정리다. 내 책상은 늘 깨끗이 치워져 있다. 노트북에는 저장된 문서가 거의 없고, 많은 이메일이 와도 받은 편지함은 항상 비워져 있다. 내 전화기도 90퍼센트 이상이 사용 가능 공간이다. 지우고, 비우고, 버리는 습관 때문이다.


(P42) 나는 대기업 총수들도 그리 바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루 서너 시간이면 업무 보고와 지시를 끝내고도 남는다. 총수들이 그렇게 바빠서도 안 된다. 필요한 공부를 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구상하며, 심신을 단련해 누구에게나 닥쳐올 위기에 대한 내공을 쌓는 게 기업의 미래를 위해 훨씬 중요하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바쁜 리더는 우선순위를 모르는 리더다.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사색에 게으른 사람이다. 리더는 불필요한 일을 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

순자는 쓸데없는 말과 급하지 않은 일은 버려두라고 했다. 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꼭 무엇인가를 끊거나 버린다. 담배를, 골프를, 술자리를 끊거나, 책상을, 옷장을, 핸드폰을 비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대신 필요 없는 일을 정리한다. 나는 비움의 힘을 믿는다. 시간과 사색과 행동의 여백에서 창의력과 추진력이 나온다고 확신한다. 사는 모양이 정신없다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단순함이란 삶의 여정에 꼭 필요한 짐만 들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P148) 나는 물건에 관심이 없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작품을 모을 생각은 없다. 음악 스트리밍을 이용하면서 수천 장의 CD를 모두 줘버렸고, 책도 매년 절반 이상 기부하거나 버린다. 자동차나 시계 따위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반면 나는 순간을 모은다.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랑과 우정, 기쁨과 슬픔, 감탄과 실의, 함께와 홀로의 감상으로 가득하다. 모든 여정에는 여행자가 모르는 비밀스런 목적지가 감춰져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웠던 올해, 비록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하는 기쁨은 없었지만 상상과 명상으로 평생 못 가본 마음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작은 위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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