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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윤종신 May 04. 2018

1975

WHEN SHE WAS YOUNG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에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일은 영정사진으로 사용할 사진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찍었던 사진들은 배경과 분위기에 치중했고, 엄마의 아이폰에는 셀카가 여러 장 있었지만, 그것도 영정사진으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엄마가 셀카를 찍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집에 있던 앨범을 꺼내고 나서야 몇 년 전 사진 한 장을 고를 수 있었다.

함께 수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우리는 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어놓지 않았을까?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일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예고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남동생의 훈련소 수료식에서 찍은 셀카가 엄마와의 마지막 가족 사진이 되었다.


이사림

일러스트레이터 겸 그래픽디자이너. 여섯 살 푸들 모리의 누나. 커피와 맥주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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