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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윤종신 May 10. 2018

시집살이는 또 다른 형태로
교묘하고 절묘하게 이뤄진다

『며느라기』

<며느라기>는 갓 결혼한 여성 ’민사린’의 시점으로 시댁과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갈등과 불합리를 이야기하는 웹툰이다. 기존의 웹툰 플랫폼이 아닌 작가의 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 중인 작품으로 기혼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과 함께 많은 이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며느라기』는 작가가 2017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연재한 분량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제목인 ‘며느라기’란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로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를 뜻한다.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 이 시기가 사람에 따라서는 10년 넘게 지속되기도 하고 영영 끝나지 않는다고도 한다”는 작가의 부연은 이 땅에서 기혼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고통과 애환을 짐작하게 한다. 가족 이데올로기로 세워지고 성차별적 위계로 지탱되는 가정 안에서 며느리는 언제나 희생하고 감수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대가 변하고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나 시집살이는 또 다른 형태로 교묘하고 절묘하게 이뤄진다.

『며느라기』가 매회 펼쳐 보이는 에피소드란 그리 새로울 게 없다. 일상에서 혹은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들었던 이야기와 다름없고, 얼핏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장면 같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 ‘민사린’의 침묵과 균열을 통해서 우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결코 당연하고 익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정을 가정답게 유지하기 위해서 왜 누군가는 반드시 헌신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그 누군가란 왜 언제나 ‘며느리’로 대표되는 여성인 것인지 우리에게 묻는 작품이다. 2017 ‘오늘의 우리 만화’ 상을 받았다.


『며느라기』
편집자 수신지
출간정보 귤프레스 / 2018-01-22

김주성

<월간 윤종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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