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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윤종신 Apr 23. 2018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이름으로서 존재하는 사람

『출판하는 마음』


우리는 한 권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투입되는지 알지 못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누군가는 단연 저자이고, 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은 저자가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쓰는 데 열중하거나 머리를 쥐어 뜨는 모습이다. 아무리 취미가 독서이고 책이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책을 만드는 사람’이 단순히 저자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꽤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야지만 한 권의 책이 온전히 독자에게 가닿는다는 것을 제대로 아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출판하는 마음』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 10인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저자뿐만 아니라 편집자, 번역자, 북디자이너, 제작자, 마케터, 온라인 서점 MD, 서점 운영자, 1인 출판사 대표의 목소리를 담았다. 책의 맨 마지막 장 판권 면에 이름으로서 존재하는 사람들, 아니, 그곳에 이름이 실려 있지 않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그 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노동으로서의 출판’을 이야기한다. ‘상품’으로 우리의 손에 쥐어지는 그 어떤 게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책 또한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서린 노동력의 산물이고, 고로 그 안에는 활자화되지 않은 누군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숨어 있다.


각기 다른 입장과 역할과 역사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심히 꺼내 담고 소중히 매만진 건 작가 은유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좋아진다는 믿음으로 그동안 다양한 자리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온 그녀는 『쓰기의 말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등 여러 권의 에세이와 산문집을 펴낸, 지금 가장 뜨거운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출판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하고 싶은 사람들, 책으로 사유의 거래를 도모하는 작가들, 책이 삶을 구원한다고 믿는 독자들, 직업과 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를 고민하는 이들, 같이 일하는 동료의 입장을 헤아리고 싶은 대인배들, 나쁜 마음으로 일하고 싶지 않은 선한 영혼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다.” 


『출판하는 마음』
지은이 은유
출간정보 제철소 / 2018-03-29



김주성

<월간 윤종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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