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도와줄게요!

표창장

by 여르믄




3학년 종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학교를 나왔다.

한별이도 손에 무언가를 흔들며 달려왔다.

“선생님, 학교 마지막이에요!”

학교 다니기를 너무나 싫어하는 한별이는 수요일부터 ‘학교 마지막’을 세기 시작한다.

“두 번만 가면 학교 마지막이에요.”

목요일은

“한 번만 가면 학교 마지막이에요.”

금요일은

“오늘 학교 마지막이에요. 너무 기뻐요.”

그런데 오늘은 학교가 영영 마지막인 것마냥 벅찬 얼굴이다.

“선생님, 이제 학교 안 가요.”

그리고 한별이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선생님, 상 받았어요.”

“우와, 한별이 상 받았네! 축하해! 대단하네! 최고야!”

엄지척 내밀며 마구 축하해주었다.

한별이 스스로 자랑스러운지 미소를 짓는다.

“엄마 칭찬(받을 거예요.)”

“이 상장 엄마한테 꼭 보여드려. 그러면 엄마가 칭찬해주실 거야.”

“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표창장 내역은 ‘배려부문’이었고 ‘성격이 온화하고 남에게 배려를 하여 다른 학생의 모범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교내 생활은 들여다볼 기회가 없어서 모르지만 나와의 관계에서만 볼 때 그 상은 한별이에게 아주 적절하고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한별이는 3학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도와준다’는 행위에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하교후 차에 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선생님, 도와줄게요.”

하면서 나의 안전벨트를 매어주는 일이다.

내가 왼쪽어깨 부근의 벨트를 오른쪽 아래로 끌어당겨주면 한별이가 고리에 철컥 집어넣는다.

사실 나로서는 좀 신경써야 하는 일이다.

어떤 때는 한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습관대로 고리에 집어넣었다가 혼쭐이 나기도 한다.

“아니 아니 내가 도와줄 건데.”

한별은 억울한 얼굴이 된다.

그래서 다시 안전벨트를 풀고 한별이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도 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한별이는 내 벨트를 풀어준다.

“고마워!”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해준다.

그리고 한별이는 나보다 앞서 달려가 출입구의 무거운 철제문을 열고 나를 기다려준다.

“문 열어 줘서 고마워!”

엘리베이터가 오면 먼저 들어가서 내가 들어올 때까지 열림버튼을 누르며 기다려준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집으로 들어가면 냉장고에서 스팸을 꺼내다 주방 조리대 위에 갖다준다.

“스팸 갖다줘서 고마워!”

“한별이가 많이 도와주니 선생님이 참 편하네.”


이런 고마운 일들이 처음부터 한꺼번에 생기지는 않았다.

처음 한별이는 항상 혼자 도망치듯 가버려서 당혹스러웠다.

한별은 가벼운데다 몸놀림이 빨랐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어느새 나가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어가버린다.

육중한 철제문이 쿵 닫히는 소리가 난다.

부지런히 쫓아가지만 아이는 어느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버리고 없었다.

뒤쫓아 올라가서 집 벨을 누르고 한별이가 현관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한별이가 혼자 올라가 버려서 선생님이 속상했어."

"선생님하고 같이 가야지."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는데 한별이와 조금씩 교감하게 되면서 거리가 좁혀지자 철제문을 열고 나를 기다려주는 일이 생겼고, 나는 “고마워.”를 찐하게 표현해줬고, 자꾸 “도와줘서 좋다.”고 말해줬다.

한별이는 도와줄 일을 찾더니 안전벨트를 매주기 시작했고, 냉장고에서 스팸을 꺼내주었고, 그외에도 “도와줄게요.”를 습관처럼 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한별의 가방을 들어주거나 도와줄 때도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게 했다.

그랬더니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난다.

“선생님 가방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신발주머니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것도(만들기 공작품)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다 나한테 넘기고 저는 홀가분하게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가는 것이다.


“한별아 밥 다 먹었으면 그릇 좀 갖다줄래?”

한별은 티브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잽싸게 씽크대로 갖다준다.

“그릇 갖다줘서 고마워!”

이런 한별이가 배려부문 표창을 받은 것은 너무나 적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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