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소세지빵!”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에야 알았다.
“큰일났네!”
시계를 보니 오후3시20분. 망했다.
어떡하지? 일단 차에 시동을 걸며 머리를 급하게 굴려본다.
온신경을 다 쓰며 머리를 굴려봐도 대안이 없다.
소세지빵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더 절망적인 것은 화요일 3시55분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아아 이런 일은 여태까지 없었는데.
화요일은 나에게도 한별에게도 특별한 요일이다.
일주일 중 화요일만 하교시간이 늦어서 한별이 방과후수업까지 연달아 끝내고 주차장으로 나오는 시간이 오후3시55분이다.
내게 화요일은 오후3시55부터 일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한별은 아침도 안 먹고 그때까지 굶은 상태여서 배가 고프다.
그리고 바로 4시부터 발달상담센터 수업이 있기 때문에 밥도 챙겨 먹을 수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센터로 이동하는 5분 동안 차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소세지빵!
그 소세지빵은 한별이가 아주 좋아하고 유일하게 먹는 간식이다.
소세지빵을 만드는 방법은 스팸밥만큼이나 간단하다.
식빵 두 개를 토스터기에 넣는다.
프랑크소세지를 하나 꺼내 반으로 가른다.
프라이팬에 넣고 소세지를 굽는다.
그 사이 구워진 식빵 두 쪽에 반쪽짜리 소세지를 하나씩 놓는다.
식빵을 각각 반으로 접어 호일에 감싼다.
소세지빵 두 개가 완성됐다.
주의할 점은 빵과 소세지 외에 다른 어떤 것도 넣으면 안된다.
야채나 소스도 없이 오로지 빵과 소세지만 넣어서 무슨 맛이 있을까,
방법을 가르쳐주는 한별이 엄마에게 나는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다른 건 아무것도 넣지 마세요. 딱 소세지만 넣고 식빵을 반으로 접으면 돼요.”
한별이엄마는 두 손으로 식빵을 접는 시늉을 하며 재차 강조했다.
나는 항상 소세지빵을 오후 3시20분쯤 만든다.
조금이라도 따끈하게 먹이고 싶어서 집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만드는 것이다.
작은 두 손으로 소세지빵을 받아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한별이 모습을 안다면 그런 디테일에 신경쓰게 된다.
친구와 점심약속이라든가 한나절 이상 볼일이 있는 것은 주로 화요일에 하는 편이다.
그 날도 나는 오랜만에 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친구네 동네로 갔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친구가 시계를 보며
“일하러 갈 시간 아냐? 3시15분이야.”
“응, 아직 여유 있어. 30분이면 가니까.”
그러면서 느긋하게 커피숍을 나와서 다음을 기약하며 친구와 헤어졌다.
그리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소세지빵!!!
이런 날은 아침에 준비를 하고 왔어야 했다.
하지만 깨달은 그 시각은 한별이를 픽업하러 가면 딱 알맞을 시간이었고 더는 여유가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소세지빵이 없는 화요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오늘만 준비 못했다고 할까?’
그러자 그 이상 치명타가 있을 수 없이 낙망한 한별의 얼굴이 떠올랐다.
빛이 다 사라져버린 얼굴이다.
한별이 수업이 많은 화요일을 견디는 이유는 오직 하나, 소세지빵 때문이다.
하루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소세지빵을 기다린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꼭 확인을 한다.
“선생님, 화요일에 소세지빵?”
“그래, 화요일은 소세지빵 먹는 날이야.”
“소세지빵 두 개?”
“응 두 개야.”
한별이는 말만 들어도 좋은지 몇 번이고 확인하곤 했다.
한별이가 하도 맛있게 먹어서 나도 군침을 흘릴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 집에서 한별이 소세지빵과 똑같이 만들어 먹어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딸이 그게 뭐냐며 소스를 뿌려먹으라고 했다.
“아냐, 이렇게 꼭 먹어보고 싶어.“
그런데 의외로 맛있다.
맛은 단순하게 소세지와 밀가루 맛만 나는데, 빵이 소세지 진한 맛을 감싸주어 담백한 맛이 난다.
그리고 몇 번 먹다보니 기억 속에 있는 소스의 맛이 현란하게 느껴지고 이 담백함에 중독된다.
찰나의 순간에 온갖 수를 떠올려본다.
결론은 소세지빵을 준비하느냐 못 하느냐밖에 없었다.
집까지 30분이 걸리는 거리다.
집에 가서 소세지빵을 만들고 다시 학교까지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50분이 필요하다.
지금 남은 시간은 30분.
고민할 시간이 없다.
엑셀을 세게 누르고 핸들을 꽉 잡고 온몸에 힘을 주어 시속 130키로를 넘나들며 달렸다.
외곽이고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도로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그 속력은 내게 무리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속도인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등골이 오싹하는 상상이 오갔다.
그럼에도 멈추지 못하고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집에 도착, 시동을 끄지 않은 채 달려서 주방으로, 프라이팬을 꺼내고 소세지를 자르고 빵을 토스터기에 집어넣었다.
완성된 소세지빵을 싸들고 학교에 도착하니 3시50분이었다.
대단한 속도였다.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전화가 온다.
“선생님, 소세지빵?”
“응, 주차장으로 와. 소세지빵 먹자.”
한별은 차에 타자마자 소세지빵을 한입 베어물며
“영어시간에 너무 배고팠어요.”
한다.
나는 그 와중에 ‘너무’라는 수식이 붙은 게 또 반갑다.
말이 조금씩 늘면서 표현도 늘어간다.
짭짭짭... 한별은 소세지빵 속으로 아주 푹 들어가 있다.
하나를 행복하게 먹어치우고 나머지 하나를 여유있게 꺼내며 나를 바라보고 웃는다.
오만 가지 감정이 스치지만 무슨 말이 필요하랴.
한별이는 소세지빵이 너무 맛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