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별에서 선물이란?

by 여르믄


성탄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학교나 센터, 학원 등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트리 장식을 하고 성탄선물들을 준비한다.

아이들에겐 예수님 탄생보다 산타할아버지와 선물로 기억되는 행복한 시즌이다.

발달상담센터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센터 선생님이 로비에 있는 커다란 박스 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더니 한별이에게 건넨다.

“한별아,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감사합니다.”

한별은 인사를 하고 선물을 받았다.

선물을 받으니 한별은 기분이 좋아서 또 아무말대잔치다.

“한별아, 선물 받아서 기분이 좋아?”

“네, 선물 받았어요.”

신이 나서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에 올랐다.

그리고 선물 상자를 열어보려는데 잘 되지가 않는지 한참을 부스럭거리고 있다.

“안에 뭐가 들었을까?”

내가 물어봐도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지 한별은 상자열기에 집중했다.

작은 상자는 따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뚜껑만 열면 될 것 같았다.

상자 입구 틈으로 손가락을 쏙 집어넣어 뚜껑을 잡아당기면 금방 열릴 것 같은데 한별은 한참을 애쓰며 낑낑거린다.

“상자가 안 열리니? 선생님이 열어줄게. 이리 줘봐.”

주차장에서 출발을 못하고 한별의 상자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또 한번 물어봤다.

한별이는 어떤 선물을 기대하고 궁금해하는지.

“한별아, 상자 안에 뭐가 있는 것 같아?”

한별이는 대답하지 않고 초조하게 상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럴 때 한별이는 자기 별에 가 있다.

그곳이 얼마나 먼 곳인지는 모르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줄 짐작하면서도 나는 자꾸 물어보게 된다.

상자 입구는 필요 이상으로 완고하게 물려 있어서 쉽게 열리지 않았다.

"어머 이거 왜 이렇게 단단하게 붙여놨대?"

나는 뚜껑을 뜯어버렸다.

상자를 열려면 뜯을 수밖에 없었다.

“와! 귀여운 강아지 키링이랑 하리보젤리잖아.”

한별이에게 상자 속을 보여주며 건넸다.

둘다 한별이 마음에 들 만한 선물이었다.

강아지 모양의 인형은 손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보들보들했다.

“한별아, 너무 귀여워. 키링 어디다 달 거야?”

“아니! 아니!”

한별을 돌아다보니 뜯어진 상자를 들고 원망의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엉?”

“이거 아니야! 다시!”

엉? 이게 아니라고? 나는 좀 뜨악했지만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한별아, 괜찮아. 상자는 다시 테이프로 붙이면 돼. 집에 곧 도착하니까 선생님이 잘 붙여줄게.”

대부분은 이 정도로 얘기하면 한별이는 잘 들어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응이 심상찮았다.

“아니! 아니!”

한별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차더니 급기야 또르르 구르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며 통곡으로 변했다.

흐어어엉...

느닷없이 소중한 것을 빼앗긴 억울한 표정이다.

한별이가 내 앞에서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때서야 나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한별아, 상자가 잘 안 열려서 선물을 꺼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미안해. 상자는 잘 붙여줄게.”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한별이는 아무 말도 안 들리는지 통곡을 한다.

난감했다.

문득 센터 로비의 커다란 선물 박스가 떠올랐다.

집에 거의 도착한 지점이었지만 차를 돌렸다.

센터로 되돌아가 양해를 구하고 똑같은 선물을 또 하나 받았다.

“한별아, 선물 새로 가져왔어.”

차에 있던 한별은 새 선물상자를 보고서야 울음을 그쳤다.

“한별아, 상자가 뜯어져서 속상했어?”

“네!”

“선물이 두 개나 생겼네.”

그러나 한별은 새 선물을 받자 뜯어진 상자와 그 속에 있던 키링과 젤리 모두를 필요없는 물건 버리듯 나에게 건넸다.

한별은 키링이나 젤리에 관심이 없고 오직 상자가 중요했다.

한별을 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나는 남겨진 젤리를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네.’


그 뒤로도 그 상자는 한동안 한별의 책상 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키링과 젤리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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