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어쩌다 40대

by 유연한프로젝트


요즘 이 세상에는 밀레니얼 세대만 있는 것처럼 광고도 마케팅도 뉴스도 'MZ세대'만을 위한 것들만 넘쳐난다. 특히 40대를 주목하는 뉴스는 웬만하면 없다. 40대인 우리도 한때는 주목받는 신세대였고,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기 힘든 연구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살아가는 중이다. 아니 묵묵히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어쩌다 내가 마흔 살이나 되었는지 모르겠고 때로는 이 많은 나이를 먹은 것이 그저 서러울 뿐인데, 이마저도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세대가 되었다.


40대는 아직 세상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삐삐부터 스마트폰까지 새로운 모바일 기기가 세상에 등장하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한 세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몸으로 익혔다. 그런데도 날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트렌드에 적응해야 했다. 이제는 안간힘을 써도 예전만은 못한 속도로 버겁게 따라가고 있지만 40대는 아직 세상이 궁금한 사람들이다. 이름도 알아듣기 힘든 아이돌 그룹이 인기라고 하면 귀에 들리지도 않는 노래 가사를 찾아들어보고,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해 손가락으로 확대해 가며 얼굴이라도 한 번 더 익히려고 노력한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습관처럼 즐겨 마시지만 '힙'하다는 에스프레소 바에 가서 쓰디쓴 에스프레소 두 잔을 연거푸 마셔본다.


40대는 자식 많은 집의 둘째처럼 직장에서도 집안에서도 위아래를 다 신경 써야 하는 위치에 있다. 직장 상사와 신입 사원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위아래에서 다 욕을 먹고 있지만 사실은 욕을 덜 먹고 싶은 마음이 큰 소심한 사람들이다. 집안에서도 부모님이나 자식들에게 큰소리를 한번 내고 싶지만 내가 말 한마디를 참으면 온 가족이 평안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삼켜내는 말이 많은 사람들이다.


10년 이상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어느새 반복적인 일이 점점 늘어나고, 새로 맡은 업무를 아무런 의심 없이 단순 작업처럼 처리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더 이상 가슴 뛰는 일도 없다. 사내 정치와 같은 불필요한 경쟁도 이제는 관심이 없다. 그저 월급만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면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위한 일이며, 누구를 위한 일인지는 잊은 지 오래다. 출구 없는 회전문을 계속 돌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40대는 무슨 낙으로 사나. 어떤 고민을 하고 사나. 이들의 꿈은 무엇인가. 아니 꿈이 있긴 한 것일까.


재테크를 잘해서 여유롭게 늙고 싶고,

운동은 귀찮지만 아직 뱃살은 안 나왔으면 좋겠고,

높은 취향과 안목으로 멋진 가구와 그림으로 집을 꾸미고 싶고,

유행하는 크롭티를 입을 수는 없지만 내가 입는 옷이 촌스럽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너무 늙어 보이지 않게 화장으로 커버되는 적당한 주름과 염색으로 숨겨지는 흰머리였으면 좋겠고,

대출이자 상환과 아이들 학원비 때문에라도 힘든 직장생활을 쉽게 때려치우지 못하고

나를 위한 소비는 설화수 한 병뿐이더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20대에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이 그리운,

가끔은 현실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세상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들.


어쩌다 40대가 되어 느낀 것들을, 어쩌다 40대가 되어 생각하는 것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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