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와 이어령

by 유연한프로젝트

천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 서울. 2021년 7월 기준 서울 인구의 하루 평균 이동량은 1,867만 건. 이는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2,275만 건 보다 18%나 감소한 수치지만 서울 사람들의 하루 이동량은 여전히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를 연결하는 거대한 지하철과 정확히 몇 분 후에 정류장에 도착하는지 알 수 있는 시내버스까지 서울은 다른 글로벌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이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내 집 앞에서 원하는 곳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택시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사람들의 엄청난 이동량 덕분에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시장은 언제나 혁신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다시 말해 이용자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장이다.


이용자들은 모두 반겼지만 '혁신'을 불편해하는 이들로 인해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던 타다


넷플릭스에서 2021년 10월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뒤늦게 보았다. 이 영화는 이용자들은 모두 반겼던 서비스였지만 '혁신'을 불편해하는 이들로 인해 '타다 금지법'이 만들어지며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던 '타다'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다뤄진 '타다'가 잡은 이동 서비스 개선 방향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굉장히 대단한 혁신은 아니었다. 가까운 거리라고 승차거부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쾌적한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운전자가 이동 중에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거나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 기존 택시 이용객의 작지만 중요한 불편사항들을 개선하는 것이 타다의 혁신 방향이었다. 이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거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사용에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닌 시대이다. 그렇다 보니 이동 시간마저 쪼개서 메일 확인을 하거나 잠시라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간이 소중한 도시 사람들에게 타다는 꼭 필요한 서비스였던 것이다. 그래서 타다는 일반 택시보다 더 비싼 기본요금 책정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출시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100만 명의 이용자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치졸한 방법으로 타다의 영업을 중지시켰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 유상운송의 금지 등' 조항의 예외사항을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서 '관광을 목적으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 이 경우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한정한다.'로 개정하며 국회는 타다의 영업을 종료시켰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혁신보다는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는 국회의원들의 치졸함을 보여준 낯 뜨거운 케이스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타다'가 정부조차 손댈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존 택시기사와 택시회사, 이와 관계된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였다면 과연 '타다 금지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인가. 모든 이해 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혁신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세상에는 완벽한 균형도, 완벽한 정점도 없는 것인데 말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


'타다'는 누구나, 언제나 더 나은 이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동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이어령 선생께서 말씀하신 아날로그 세상과 디지털 세상의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것은 아닐까. '타다'의 이용자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타다 드라이버'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하고자 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IT 기술의 뒷받침은 의무적으로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택시기사'가 아니라 일한 시간만큼 수수료를 보장받는 '타다 드라이버'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점점 세상은 다양한 형태의 일을 더 적절하게 조합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있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현시대 최고의 지성이셨던 이어령 선생이 마지막까지 강조했던 아날로그 입자(가슴)와 디지털 파동(머리)을 연결해주는 그 사이를 고민하는 자가 되는 것. 40대인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삶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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