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자기는 선물 받으신 분이 행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서교동에 위치한 서교작업실에서 만난 석고은 작가님의 찬기는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끝없는 그릇 욕심에 기회가 되면 몇 개 더 갖고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우선 다음 달 좋은 일이 있는 지인분께 이 그릇을 선물하기로 하며 대리 만족하기로 했다.
작가님께 미리 연락을 드리고 작업실로 찾아갔는데, 단아한 작가님의 그릇처럼 화려한 포장지가 아닌 광목으로 만든 보자기에 포장을 해주신다. 몇 번의 매듭으로 실크 리본 없이도 너무 아름다운 장식이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포장지가 아니라 선물 받은 사람이 다시 보자기로 사용하거나 조금 낡아지면 행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설명!
대부분의 그릇 포장은 깨질 염려가 있어 과하게 뽁뽁이로 휘감고 다시 화려한 종이 포장재로 감싼 다음 리본으로 묶거나, 선물용이라고 하면 커다란 박스나 두꺼운 쇼핑백에 또 담겨진다. 하지만 이런 정성스러운 포장은 뜯는 순간 쓸모를 다하고 바로 버려진다. 물론 박스나 쇼핑백을 재사용 할 수도 있지만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뽁뽁이나 스티커가 붙은 종이 포장재는 곧장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광목 보자기 포장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포장지가 아닌 포장지 이후의 재사용까지 고려한 쓸모에 대한 고민, 심지어 그릇-행주라는 연계성을 가진 매칭이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보자기 매듭을 활용한 실용적이지만 미적으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최고의 디자인이다.
최근 나는 ‘5분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대부분의 포장재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컵, 아무 생각없이 담는 빵 봉지, 너무 튼튼한 방울토마토 케이스 등등. 디자인은 삶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그 제품을 담는 디자인에도 조금 더 고민을 담는다면 그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삶에도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박한 보자기 포장을 보며 더 이상 예쁜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