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의 한 마을. 강가에 버려진 옷 쓰레기 더미에서 풀을 되새김질하듯 배고픔에 합성섬유 조각을 씹고 있는 소 한 마리. 우리도 머지않아 이 지구에서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을 수 없게 되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합성섬유 조각을 씹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옷 쓰레기로 뒤덮인 그 나라 하천의 모습을 보니, 인류와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전염병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분명해졌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 국가가 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은 중국과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글로벌 브랜드의 봉제공장이 우리나라 서울에 여전히 있었을 테고, 우리의 한강은 옷감을 염색할 때 사용한 엄청난 화학물질로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었을 것이다.
1년 전 방영되었던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다큐멘터리를 최근에야 보았다. 주변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 중에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일회용 플라스틱 컵 하나를 줄이는 것보다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함부로 사고 버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 친구의 결심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동네 골목골목 놓여 있는 의류수거함에 옷을 깨끗이 빨아서 넣으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선사업에 쓰이거나 충분히 재활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실상은 가난한 나라로 그냥 버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은 국내에서 5% 정도만 빈티지 의류 등으로 재활용되고 나머지 95%는 해외로 수출된다. 아니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버려진다.
한국의 중고의류 수출업체에서 컨텐이너 단위로 수입한 옷들을 시장에 내놓지만 실상 그 나라 사람들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의 옷은 얼마 되지 않는다. 패스트 패션의 생명이 정말 짧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대부분의 옷은 강가에 버려져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마실물을 오염시키거나 검은 연기를 내며 소각되어 그들이 숨 쉴 공기를 파괴한다. 다큐를 보는 내내 "나의 손실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면 한 사람은 고생스럽게 일하고, 또 한 사람은 파멸시키고, 마지막 사람은 굶어 죽게 된다."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이 떠올랐다.
자본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많은 학자들은 과잉생산, 과잉소비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점점 더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는 언젠가부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기 시작했다. 패션 앱으로 돈을 버는 몇몇 기업은 그 대단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추천 기능을 만들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며 '울트라 패스트 패션'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인생샷' 한 장을 건진 옷은 다시 입을 수 없다는 MZ세대들은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멀쩡한 새 옷을 버리고, 금세 버려질 새 옷을 끊임없이 사고 있다.
옷감을 염색하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은 어마어마한데, 물소비량으로 따지면 의류산업은 전체 산업이 소비하는 물 중에서 20%가량을 차지한다. 그리고 선박, 항공보다 패션 산업이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것처럼 폐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를 내놓으며,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폐페트병 가격 상승이라는 이상한 결과를 가져온 의류업계. 우리가 페트병과 같은 소재인 폴리에스터로 만든 옷을 수 십 년 전부터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폴리에스터는 면 직물에 비해 70~80% 저렴하고, 강한 섬유 강도와 우수한 염색성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옷으로 만들기 쉬워 의류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질이다. 세탁도 쉽고 세탁 후 변형도 크게 일어나지 않는 좋은 옷감이지만, 이 옷들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매일 세탁하는 과정에서까지 미세 플라스틱을 꾸준히 배출한다. 페트병 하나보다 티셔츠 한 장이 훨씬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비건으로 표시된 제품이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구매한다. 같은 생각으로 폐페트병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티셔츠를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하며 환경을 지켰다고 만족한다. 우리가 눈을 감거나 실질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포장된 기업의 마케팅 속에서 무지하게 소비할 뿐이다. 더 이상 눈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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