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는다.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처음 가는 베트남에서도 휴양지가 아닌 수도 하노이를 선택했다. 고루하지만 베트남이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를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서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처음으로 여행하는 나라일 경우 그 나라 여행 책자를 한 권 사 들고 비행기를 탔을 텐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긴 건지, 구글맵과 트립어드바이저를 믿는 건지,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의 필독서로 꼽는, 그래서 뻔한 이야기일 것 같아 그동안 미뤄뒀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들고 비행에 올랐다.
6시간 정도 되는 비행시간 동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책에 빠져들어 완독 했다. 예전부터 재테크와 부동산 분야의 수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읽을 만큼 큰 충격을 준 책은 처음이었다. 점점 회사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은 만큼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지 않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던 월급쟁이의 삶이 왠지 모르게 너무도 처량해지던 찰나에 이 책은 나에게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과 욕망이라는 감정에 휘말려 월급봉투와 임금 인상, 안정적인 직장만을 좇는다. 그런 감정이 지배하는 사고가 자신을 어디로 몰고 갈지도 전혀 모르면서 말이다. 이것은 마치 당나귀가 코앞에 매달린 당근을 쫓아가는 상황과 비슷하다. 당근을 손에 들고 있는 주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나귀 주인은 그런 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만 당나귀는 환상을 좇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당나귀는 새 당근만 받으면 끝이니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중에서)
나는 눈앞에 매달린 당근을 쫓는 당나귀에 불과했던 것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삶이 왜 중요한지, 정말 시간은 돈이고, 돈에 대한 지식, 자산과 부채를 구분할 줄 아는 기본적인 금융 지식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도 너무나 명쾌하게 이 책에 설명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그들의 자산 부문에 집과 저축, 그리고 은퇴 비용만이 존재한다고 여긴다. 그들은 투자할 돈이 없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투자 경험을 쌓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른바 '현명한 투자자'가 되지 못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중에서)
그 후로 재테크에 관심이 없는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 "지금이라도 삼성전자 주식 사야 해?"라고 물으면 나는 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고 말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동안 너무도 궁금했지만 주식으로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를 더 많이 들어와서 애써 외면하고 있던 주식을 차근차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모든 정보를 유튜브에서 찾지만 나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책을 먼저 읽는다. 2019년만 해도 주식 유튜브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지금은 나도 가끔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기는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필립 피셔, 레이 달리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크리스토퍼 브라운, 야마구치 요헤이, 코스톨라니, 주식농부 박영옥, 시골의사 박경철, 1세대 가치투자자 이채원 등 뛰어난 주식 투자가들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주식투자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책을 읽다 보니 주식투자 방법보다 기본적인 경제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무제표에서 숫자 읽는 방법, 금리의 영향, 원달러 환율, 달러 인덱스, 금 값, 유가, 원자재 나아가 우리나라와 미국/중국과의 관계, 미중 무역전쟁의 원인과 이유,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의 영향 등 최근의 글로벌 경제 상황까지 관심을 가져야 했다.
이런 흥미로운 주제의 공부를 하며 주식계좌를 만들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대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매도도 해보고 재미있었다. 부동산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부동산에 투자할 만큼의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해 볼 수가 없던 것에 반해 주식은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한 매력적인 도구였다. 앞으로 뜨는 지역을 보는 안목은 누구보다 높지만 투자할 돈이 없어 부동산에서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어볼 수 조차 없었다. “우리가 감이 없나. 돈이 없지.”라고 말하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세상의 모든 것이 변했다. 순식간에 수익률 100%를 넘기는 종목이 생기는가 하면 1년이 지나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유지하는 종목도 있었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대공황, 닷컴 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과정을 공부해야 했다. '화폐전쟁', '자본주의 4.0', '금융의 지배', '돈의 인문학' 등 금융의 역사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나만의 투자전략을 세우며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 앱을 열고 주식으로 그날 하루의 점이라도 치듯 상승장엔 기분이 좋고 하락장엔 기분이 영 별로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의 배당일이 몰려있는 4월은 배당금 입금 문자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2022년 8월 현재 기록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해 미국도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는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 역시 연내에 회복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너도나도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하던 시절은 지났다. 주가는 많이 빠졌고 지난해 책 한 권 읽지 않고 주식 매수 버튼을 누른 사람들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주식은 매력적인 투자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가치투자 이야기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송종식 님이 투자의 고수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아래의 6가지로 꼽았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40대라면, 가치투자를 지향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이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건 1. 자신만의 합리적인 투자철학이 확고하고 그것을 잘 지키는 사람
조건 2. 투자대상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하는 사람
조건 3. 어느 정도의 투자 경력이 있고 성과도 꾸준한 사람
조건 4. MDD(Maximum Drawdown)도 낮고, 계좌 등락의 변동폭도 적은 사람
조건 5. 자금관리를 잘하는 사람
조건 6. 흔들리지 않는 느긋하고, 단단하고, 잔잔한 멘탈을 가진 사람
(출처 : 송종식의 IT와 가치투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