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포토 위젯을 설정해 놓으면 매일 다른 추천 사진이 뜬다. 과거의 어느 날 내가 찍은 사진인데도 하나씩 넘겨보다 보면 한참 동안 그 순간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긴다. 사진은 정말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에 남기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었던 그때의 행복했던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감상에 젖는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그때 조금 더 재미있게 놀 것을', '그때 조금 더 멀리 걸어 볼 것을' 내지는 외국 여행지였을 경우 '그때 그 접시를 살 것을' 하며 항상 약간의 아쉬움으로 추억여행을 마무리한다.
요즘 부쩍 불과 5, 6년 전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내가 참 젊어 보인다. 턱살이 내려오지 않았던 때라 더 그럴 수 있다. 마흔이 넘도록 지금껏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내가 요즘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나의 턱살이다. 작년 어느 날 찍은 사진 속 내 얼굴에서 턱 아래 주름이 두 개가 생긴 것을 처음 보고 무척이나 서글퍼졌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일찍이 나온 뱃살과 함께 턱살도 같이 잘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복 입은 어린 학생들을 보면 그저 예뻐 보인다. 요즘 대부분의 중고생들이 메이크업을 한다지만 핑크빛 블러셔와 붉은 립스틱으로 꾸민 얼굴이 아니라 맨 얼굴에 검정 고무줄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사이즈가 조금 큰 교복에 큰 가방, 그리고 그토록 나를 고생시켰던 여드름마저 한 두 개 올라와 있어도 예뻐 보인다. 20대는 어떤가. 나잇살이 찌기 전 활기찬 얼굴과 건강한 몸 자체만으로도 예쁘다. 마흔이 넘고 보니 나잇살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이 든 여자 연예인들이 왜 성형을 하고 보톡스를 맞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말이다. 나이 듦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나의 20대를 돌아보니 나는 그저 항상 바빴다. 대학교 1, 2학년 학보사 기자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취재를 하다가 수업이 시작하고 강의실에 들어가면 항상 맨 앞자리만 비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과 눈을 마주치고 열심히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중에 학보사를 그만두고 친해진 과친구들이 내가 엄청 모범생인 줄 알았다고 한다. 대학원에 가서도 인턴, 조교, 국제회의 운영요원, 그리고 프로젝트 연구 참여를 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마지막 학기에는 논문도 썼다. 첫 직장에 들어가서도 자기 계발을 위해 퇴근 후에 직장인들을 위한 강좌나 아카데미를 그렇게 들으러 다녔다. 지금 그렇게 열심히 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정답인 줄 알고 살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열심히만 살았을까 싶다. 친구들과 더 많이 여행하고, 술에 취해 미친 듯이 웃어도 보고, 가슴 절절한 연애도 많이 해볼 것을 하는 후회가 된다. 나를 더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조바심 내지 않고, 그 시간 함께 했던 사람들과 사소한 일로 더 기쁘고 즐겁게 보낼 것을, 그때 그럴 것을 후회해 본다. 마흔을 넘기고 있는 지금 이 시간도 나중에 일흔이 되고 여든이 되면 그때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을 하고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 그래, 하루하루 더 잘 살자는 다짐을 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