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날이 갈수록 더 광의적인 의미를 향해 간다. 인플루언서를 꿈꾸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브랜딩’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 김키미,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중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가능한 것이다. 매거진 <B>가 수년간 브랜드를 다루는 매거진을 만들 수 있던 것도 그들이 발견한 ‘사람’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좋은 브랜드에는 반드시 좋은 철학을 가진 직업인이 있다는 것.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은 철학을 갖고 있어야 그 사람만의 브랜드가 확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딱 한 줄로 정리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내가 나를 모르겠다. 인스타그램에 내가 올린 사진과 글이 '좋아요'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브랜드라는 게 많이 알려져야만 브랜드인 건 아니잖아요.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도 있는 거니까요.’ 이 문장을 읽고 누군가에게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가 되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 역시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인플루언서’를 꿈꾸고 있는 건 아닌가 자각했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 타인이 자신을 알아보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브런치 마케터 김키미 님의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읽으며 내 안의 브랜드를 찾는 과정은 취향 찾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행하는 제품을 따라다니고 타인의 취향을 탐닉하다가 다듬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오래 지속하면 한결같은 취향으로 자리 잡고 견고해진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릿한 감정에 선명한 이유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기록해놓는 습관을 기르면 더욱 좋다. 소소하고, 사적이고, 뾰족하고, 독창적인 것. 이런 것들에 주목하자. 좋다-싫다, 기쁘다-슬프다와 같은 뭉툭한 감정이 아닌, 마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세밀한 감정을 캐치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보자.
‘나만 알고 싶은 나’와 ‘보여주고 싶은 나’를 구분하는 것이 나를 객관화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누구’를 꺼내어 보여줄지 얼마든지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진정한 나’ 여야 한다. 그리고 ‘되고 싶은 나’여도 상관없다. ‘나만의 강점 찾기’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분야를 연관 지어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자기 브랜딩이다. 뭐든 닥치는 대로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들을 수락하면서 해나갈 때 포트폴리오에 일관적인 방향이 생기는 것이다.
롱런하는 콘텐츠에는 진정성이 있다. 글이 진정성을 담아내는 가장 좋은 포맷이라는 건 시대를 막론한 불문율이다. 지속 가능하려면 변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나이키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상표 없는 운동화를 한 켤레라도 더 팔기를 원한다. 그게 더 쉽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기업은 반드시 두 가지를 동시에 번다. 하나는 수익, 다른 하나는 가치다.
이 책을 읽으며 김키미 작가가 부러웠던 것은 점을 연결해서 선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과 소규모 쇼핑몰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한 지금 그녀의 ‘점’들은 콘텐츠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빛을 바라며 '선'으로 이어지고, '면'으로 확장되어 이렇게 멋진 책까지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나도 만약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학원을 가지 않았다면, 공공분야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의 '점'들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아니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사소한 경험들을 어떤 방식으로 쓸 수 있을까. 나의 브랜드 스토리는 무엇일까.
사실 나는 아직도 나의 field와 speciality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오늘날 필요한 것은 전문성보다는 정체성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언어로 표현된 글이 또 다른 이들에게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요즘 특히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내가 '연결'과 '유대'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휴대폰에 연락처를 저장한 수백 명의 사람들 중 솔직히 아무런 대화도 나눠보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알게 되는 사람들과 그동안의 나의 삶에 대해,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며 앞으로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제품 브랜드만 키워본 40대들에게 퍼스널 브랜딩은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