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2024
해무 덮인 바다에선
내가 돌아가야 할 섬이 어딘지 몰라
의존할 수밖에 없던 너란 등대
그 빛만을 쫓던 나는
네가 사라진 지금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향을 잃고 표류한다
그 넓은 바다가 다 나의 아래에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나는 그 바다 한가운데서 점이 되어 존재한다
수평선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저 등대는 나를 밝혀 주고 있는 것일까
내가 따라가도 좋을 빛인가
세상에 끝에서 오는 것만 같은 저 배는 나를 향해 오는 것인가
내가 기대해도 되는 것일까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하는 한 사내가 갑판 끝에 걸터있다
표류한 배에 선장에겐
인간의 감정은 더 이상 새롭지 않아서
오늘도 다른 사람들이 내린 돛에 기대어 숨는다
바다 한가운데서 선장을 잃어버린 배는 누구의 것인가요
저 높은 하늘을 가르는 갈매기처럼
이 넓은 바다를 가로지르자는 공허한 외침은
바다 냄새를 몇 번이고 비워내고서야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