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2024
무심코 걸어놓은 문 사이로
검은 개가 들어왔다
너무도 평화로운 나날들이 오히려
불안했을 즈음이다
짧은 문단 속 반전을 넣어야 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 일단
인정을 받아야 했다
검은 개가 들어와 집을 헤집어 놓자
나는 벅차올랐다
드디어! 내 인생에도 사연이 생기다니
결국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참을 수 없었다
영감이 떠오른다는 핑계로
나는 함께 난리를 피워버렸다
결국 미쳐버린 거 아니냐는 수군거림과 함께
경찰들이 들어왔고
내가 나의 집을 헝클어뜨리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지를 따져 물었다
분명해, 나를 질투하고 있어
내가 등단을 해버리면
이웃들은 복통에 시달리고
잠도 못 잘까 봐 이러는 거라니까
그 순간만큼 나와 개는 분간될 수 없었다
녀석은 유일하게 나를 인정해 줬고
정당성을 부여하듯 의기양양해했다
그래, 저 눈빛을 봐
도망치는 건 평론가들이나 하는 짓이지
나를 질투하는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준 개를 데려갔다
너무 검어서 재가 되어 버린 걸까
온 마을이 겨우 쫓아낸 그 개를
나는 지금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더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그 개를 미워한 거고
그러니 내가 더욱 검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결국, 더 검어진 나는 다른 집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게 된다
뭐 이런 서사와 그 서사에 긴장을 주고 싶었다
전부 나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