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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일official Oct 22. 2024

고해성사

윤정일 2024

무심코 걸어놓은 문 사이로

검은 개가 들어왔다


너무도 평화로운 나날들이 오히려

불안했을 즈음이다


짧은 문단 속 반전을 넣어야 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 일단

인정을 받아야 했다


검은 개가 들어와 집을 헤집어 놓자

나는 벅차올랐다


드디어! 내 인생에도 사연이 생기다니

결국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참을 수 없었다

영감이 떠오른다는 핑계로

나는 함께 난리를 피워버렸다


결국 미쳐버린 거 아니냐는 수군거림과 함께

경찰들이 들어왔고


내가 나의 집을 헝클어뜨리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지를 따져 물었다


분명해, 나를 질투하고 있어

내가 등단을 해버리면

이웃들은 복통에 시달리고

잠도 못 잘까 봐 이러는 거라니까


그 순간만큼 나와 개는 분간될 수 없었다

녀석은 유일하게 나를 인정해 줬고

정당성을 부여하듯 의기양양해했다


그래, 저 눈빛을 봐

도망치는 건 평론가들이나 하는 짓이지


나를 질투하는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준 개를 데려갔다


너무 검어서 재가 되어 버린 걸까

온 마을이 겨우 쫓아낸 그 개를

나는 지금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더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그 개를 미워한 거고

그러니 내가 더욱 검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결국, 더 검어진 나는 다른 집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게 된다


뭐 이런 서사와 그 서사에 긴장을 주고 싶었다


전부 나의 이야기이다

그 순간만큼 나와 개는 분간될 수 없었다
도망치는 건 평론가들이나 하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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