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내 이야기

기다려 주시는 예수님-가톨릭 청소년 이동 쉼터 A지T

가톨릭 여성 연합회 회지 기고

by Claireyoonlee

사람의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변한다. 특히 사춘기를 맞이하는 청소년의 뇌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학습 능력이 높아지고 호기심이 많아지는 데 반해, 보상과 쾌락에 과도하게 민감하다. 또래 사이에서 보상에 대한 반응이 커져서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어딘가에 소속하려고 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청소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한 덫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세상은 얼마나 속되고 유혹이 많은가. 말 잘 듣던 귀여운 아기가 돌변하자 당황한 부모는 야단치고 가르치려고만 한다. 사회에서 ‘삐뚤어진’ 청소년을 보는 시선 또한 따뜻하지 않다. 그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대하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어른을 믿지 않는다. 나와 내 아이들의 사춘기 역시 준비 없이 맞이한 격동의 시기였다. 나 자신도, 엄마로서도 허둥대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중학교에 다닐 때는 부모님의 조언보다 친구의 말이 귀에 들어왔고, 친구들의 환심을 사려고 선생님에게 반항한 적도 있다. 분명히 나도 사춘기를 겪었는데 변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엄마로서 미숙했던 나는 칭찬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아이들의 행동을 지나치다고 걱정하고 화를 냈다.

하지만 아이들은 기적처럼 자아를 발견하고 사회에 적응한다. 야생마처럼 날뛰던 우리 아이들과 그 친구들은 이제 어엿한 회사원이고 가장이다. 물론 그냥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부모와 조부모, 몇몇 선생님의 사랑과 인내가 그들을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 했다. 큰아이가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교장 선생님이 사고 친 아이들과 엄마들을 불렀다. 키가 크고 얼굴이 가무잡잡한 여자 선생님은 “내가 학교에서는 엄마니까 잘 지켜보고 돌보겠다, 아이들은 그럴 때가 있다”라고 단호하지만 다정하게 말했다. 아이도 나도 혼날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흠뻑 위로받고 감동했다.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많은 세상에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건네고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지만, 어른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은 어린 영혼의 문은 아무리 두드려도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가톨릭 청소년 이동 쉼터 A지T’(이하 아지트)의 라파엘씨는 아이들에게 1년 이상 공을 들여야 조금씩 변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되새기는 성경 말씀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장 21-22)이다. 77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인내하고 인내하여야 청소년들은 믿음을 갖는다고 했다.

‘아지트’는 예수님처럼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 사목을 지향한다. 신앙이 있든 아니든 “청소년이 있는 자리로 가서, 쉬게 하고,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도움과 공동체를 연결해 주는 ‘찾아가는 돌봄·사목’ 방식”이다. 이동 쉼터로 찾아오는 아이들은 하루에 10명에서 15명 정도 된다. 그들은 어른에 대해 불신감이 커서 섣불리 질문을 하거나 다가가면 안 된다. 처음 그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라뽀형성’(상담, 코칭, 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대방과 상호 신뢰와 친밀감을 기반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 이다. 조심스럽게 친해져도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고 했다. 라파엘씨는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이제는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는 장기 목표로 에너지 분배를 잘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공을 들여도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학교를 다시 다니겠다고 하고 사회복지과에 진학했다.

사회적 정책적 제도는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지만, 불우한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청소년 취업은 불법이라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댈 수 있다. 무조건 청소년을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이들을 선도하는 법이 아니고 청소년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라파엘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부족한 사랑과 관심이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던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인터넷 사이트에 돈을 주어서 큰 빚을 진 경우가 있었다. 인터넷 게임 중독 또한 이 시대의 청소년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장난삼아, 재미 삼아 시작한 스마트폰 게임으로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 빚을 지는 아이도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서 불법 사이트에 접근이 쉬워졌고, 외로운 아이들은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현시대 청소년 문화에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적 관계를 이어준다는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사이버블링’(단톡방에서 왕따를 시키거나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악성댓글을 다는 행위)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또래의 인정과 소속감을 청소년기에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따돌림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고통을 겪는다.

‘아지트’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걸고, 도움을 주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게 한다. 라파엘씨는 마음의 빗장을 걸었던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그들이 정성 들여 쓴 카드를 받으면 오래 기다리며 지켜보았던 노고는 사라지고 기쁨만 남는다고 말했다. 나는 사춘기 때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서 죄송했다고 말했던 아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기적인 이 세상에서 한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아지트’의 선생님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예수님이 오신 날을 기다리는 대림절을 지내고 있다. 아 기다림. 죄인을 찾아가 끝까지 기다려 주신 예수님의 본성은 기다림이다. 기다려 주시는 하느님이 계셔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방황하는 아이는 믿고 기다려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위로받는다. 불우하고 외로운 청소년을 100번이라도 기다리고, 지켜보고, 도와주는 ‘아지트’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올해에도 가톨릭 여성 연합회는 연말 나눔 행사를 치렀다. ‘아지트’의 은성재 신부님은 “하느님이 일을 하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가톨릭 여성 연합회가 보탬이 되어서 기뻤다. 겨울바람이 훈훈하게 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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