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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Aug 07. 2022

간호사 탈임상 후 제너럴리스트로 가는 길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집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써보는 글.




나는 기억력이 많이 짧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중학교 3학년 때 3년 전 단짝이었던 친구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고 좌절절감했다. 지금도 간간히 만나는 오래된 친구들은 헤어지기 전 '나 잊어버리지 마'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블로그라는 나만의  다른 저장소를 만들었다. 당시 일상의 대부분이 학업이었기에 공부와 관련된 글이 대부분이었으나 졸업 이후 12년간 맛집, IT, 영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내가 겪은 대부분의 것들을 기록했다. 시작은 사라져가는 추억을 어떻게든 남겨보고자 하는 마음이었고 지금은 꾸준히  쓰는 습관을 가지는 것에 값짐을 몸소 느낀다.


간호학과에 입학하여 간호사가 되었다. 의료에 대한 전문성을 (일부) 가지게  것이다. 비록 임상 환경이 맞지 않아 병원을 나왔음에도  년간 고생하여 쌓아온  분야의 흔적을 전부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호하게 산재되어 있는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에 피로보다는 흥미를 느낀다.  강점을 살려 나만의 커리어 패스를 쌓고 싶어졌다. 그렇게 생각해  것이 바로 '헬스케어'였다.


하지만, 정말 광범위한 범위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임에도 헬스케어 시장은 미개척 신대륙과 같은 존재였다. 단지 면허만 있는 간호사는 시장에서의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했고 나의 필살기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당연히 아직도 그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관심이 가는 몇몇 헬스케어 회사에 원서도 넣어봤지만 백이면 백 서류에서 탈락하기 일수였다. 머리를 싸매고 몇 날 며칠을 곱씹어봐도 모르겠어서 우선 손에 닿는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스스로와의 약속한 1년의 시간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고 싶은 것들'을 정렬했다.


1. 블로그 마케팅 (업체와 협업)

2. 유튜브 채널 운영

3. 1인 사업 (온라인 상품 제작 및 판매)




뭐하자는 걸까 싶을 수 있다. 나도 그랬다. 그대로 봐도 거꾸로 봐도 간호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 하지만 20대 중반의 모든 경험은 값질 것이라 믿고 찬찬히 실천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지금이면 그렇게 무식하게 모든 걸 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시작하기 전 딱 하나 다짐했던 것이 있었는데,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없게 하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예상치 못했던 시행착오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혼자서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막막한 상황에서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한 줄의 문장으로 가볍게 말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암담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적었던 브런치 첫 글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그렇게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입사하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무모하지만 다채로운(?) 경험 덕분에 담당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저런 업무들을 맡아 진행해 볼 기회들을 얻었다.


* 블로그 마케팅과 직접 제작한 pdf파일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쇼핑몰을 통해 판매해보며 전반적인 시장 경제에 대한 시각이 트였다.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시선으로도 바라보게 되었다.

* 당시 블로그 마케팅과 SEO에 대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었는데 구독자가 2000여 명까지 모였다. 누구든 초보 유튜버라면 겪게 되는 과정이겠지만, 채널을 개설하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컨텐츠' 중심으로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했다면 점차적으로 사용자의 니즈를 먼저 고려하는 사고방식을 갖추게 되었다.

* 여담이지만, 당시 영상 편집도 스스로 하면서 이후 회사 IR에 사용될 영상도 만들었었다..

* pdf파일은 사용성에 중점을 두었다. 대부분 디자인 학과를 졸업하거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쟁자였기에, 애초에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만들기보다는 오래 질리지 않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상품을 모토로 제작하였고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마케팅 글을 작성할 때도 해당 부분을 강조하였다. (물론 가격적인 절충도 잊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 있었다. 타겟층만 명확하고 그들의 니즈만 충족시켜준다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체감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제너럴리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해 준 1년이었다. 경험으로 체득한 개념을 다른 분야에 우연치 않게 접목해보며 타 부서와의 소통의 창구가 되어주었고 바로 실무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믿는다.


요즘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T자형 인재'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된 생각은 글이 너무 길어져 이어서 작성해보겠다. 다만, T자형 인재 개념과 가장 밀접한 일론 머스크의 '학습 전이'를 직접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도 언급했듯, 아직도 내 앞길은 안개 투성이이다. 하지만 지난 도전을 돌이켜보면서 한 발 또 내딛을 용기를 얻을 수 있으니 감사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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