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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Aug 31. 2021

퇴사를 결심한 지 1년이 지났다.

2020년 6월 작성

퇴사를 결심한 지 1년이 지났다.

작년 6월 20일, 약 1년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나의 새로운 공간인 이 브런치에 차차 해보기로 하고 첫 글인만큼 그 결심으로부터 1년이 지난 요즘의 생각과 그 고찰에 대해 적어보기로 한다.



퇴사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머리가 띵하니 달달한 게 땡겨서 충동적으로 샀던 공차의 망고 음료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달달함에 띵하던 머리가 잠시 짜릿해지기까지 했다. 고작 400kcal 남짓의 설탕덩어리 때문은 아니었다.



이후로 약 3개월의 기다림 끝에 나는 나의 첫 직장과의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두 달 이상의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내 결심은 오히려 날이 갈수록 칼 끝처럼 선명해졌고 치기 어린 마음이 바탕이 되어 비로소 자신할 수 있었다. 이 절체절명의 선택에 대해 한치의 후회도 하지 않을 자신.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만이었다.



불과 1년 사이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패기는 점점 그 생기를 잃었다. 수없는 풍파를 맞고 거칠거칠 제멋대로였던 모양새가 어느 순간 맨질맨질 조약돌처럼 변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전의 내가 어느 정도의 몸집을 가지고 있었는지 당최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조약돌이 맞긴 한걸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 둘 도전했고 대부분 보기 좋게 실패했다. 처음엔 타인의 시선과 반응 그리고 동정이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 그 속에서 한 두 가지 희망의 빛을 찾아 열심히 따라왔는데 얼마 전 또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아, 바로 위에서 아무렇지 않다고 했던 건 취소다. 솔직히 이번에는 좀 많이 아프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 척의 배가 된 기분으로 떠다니고 있다. 언제 뒤집힐지도 모르는 조각배 하나에 의지하면서 자꾸만 스스로를 항해사라 합리화하는 상황이 웃프다. 그러면서 애초에 떠나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따위의 상상을 하는 내가 징그럽다.



살아보니 그렇다. 우리내 인생은 소름끼치게 결과론적이다. 분명 모든 일에는 위험과 시련이 닥치는 법인데 극복한 자에게는 필연적인 성장의 발돋움이, 포기한 자에게는 넘지 못한 걸림돌이 되어 끝없이 누군가를 따라다닌다. 그렇기에,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수없이 넘어질 지언정 훌훌 털고 일어나는 용기가 더 대단한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용감한 항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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