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만 세워놓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 중 많은 수는 자신의 의지박약을 탓하며 새로운 계획을 생각한다. 이런 경우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놀랍게도 패착의 원인을 남에게 찾지 않는 자기주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런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그렇다. 경험담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내부를 제어하려는 노력만큼이나 외부 환경 또한 실행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넛지>를 읽으며 보다 명확해졌다. 개개인마다 가진 의지와 절박함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무언가 새로운 것을 장기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영역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실행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첫 걸음은 자신에 대한 과한 믿음을 져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무조건 실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보자
생각보다 사람은 더욱 유도된 선택을 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자신의 '의도'였다고 착각한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의 개념은 한결 단순해진다. 스스로로 하여금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끔 슬쩍 밀어넣으면 되는 것. 구분을 위해 목표하는 과업을 'task'라고 표기하겠다.
'방학이 되면, 아침마다 공복 달리기를 하고 저녁에는 하루에 영어 단어 100개씩 암기하는 생산적인 삶을 살겠어!'는 사실상 계획이 아닌 공상에 가깝다. '아침 8시에 일어나기', '공복에 물 한 잔 마시기', '눈 뜨고 30분 이내에 집 밖을 나서기' 등 task를 최대한 단순하게 쪼개어 하나씩 실천해보자.
사람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예측하고 거부한다. 그래서 이미 무의식에서 수행하는 일상에 task를 끼워 넣어버리는 것이다.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하면 실행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독서실과 헬스장 등 매일 가야하는 곳에 세면도구를 가져다 둔다면, 씻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방문하게 된다.
간혹 지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혼자서 task를 정하고 조용히 실행하려는 이들이 있다.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하나, 그것은 성공적인 task의 마무리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계획을 세우는 당시에는 평소 잘 쓰지도 않던 뇌의 영역까지 전부 끌어오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반복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실패하였을 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대상은 실행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부장님이 괜히 담배피는 모습을 보이면 밥 한 끼 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모든 task는 계획한 그대로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매일 아침 공복 달리기를 하려해도 전 날 밤 드라마를 보다가 다음 날 늦잠을 자기도 할 것이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를 아예 배제하고 일정을 수립하지는 않으나, 애초에 계획을 '매일'을 '주 5일' 등으로 변환시키는 것 외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성과 또한 마찬가지이다. 목표한 task가 지켜졌을 때 예상되는 긍정적인 변화와 성과, 그에 따른 보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상해보자. 되도록이면 생각만 하는 것보단 어딘가에 기록해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꾸준히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닌 '당연한' 사람의 본능이다. 우리의 몸은 세포 단위에서부터 변화를 두려워하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생각 이상의 수고로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뇌와 몸에 체득시킨 습관이 남은 삶을 보다 가치있는 길로 이끌어줄 수 있다면, 끊임없이 이를 시도해보는 것에서부터 이미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