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어린아이를 달래는 방법
내 글이 인기글이라니!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분들이 제 글들을 읽어주셨습니다. 세상에!
네이버 블로그 일 방문자 1만 명은 전업 블로거 시절 매일 보던 수치이긴 합니다만 숫자의 무게 자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보는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얻고 싶어 할까?', '어떤 키워드를 써야 검색 상위노출에 유리할까?'라는 설계된 목적의 글이 아닌, '내 경험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글들을 적어봐야겠다.'라는 - 어쩌면 개인적인 욕심에서 시작된 브런치북이 많은 분들께 보였기 때문이겠지요.
진심을 많이 담은 글들이었던지라 그에 눌린 하트들이 더욱 귀하고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이유로 이 공간에 글을 적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고백하자면 저는 꽤 이기적인 이유입니다.
저는 마케터입니다. 마케팅을 업으로 선택한 이후,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고객 중심의 시선에서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러 책들에서는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등과 같이 단순 명료한 한 줄의 문장으로 일축하곤 하지만, 이게 막상 해보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뇌구조를 완전히 바꾸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그나마 개선해 나갈 여지가 보이는 영역이더군요.
그러다 보니 마음속 어린아이가 종종 보챕니다. 알겠는데, 본인 힘들었던 것도 좀 알아달라고요.
꽤 최근까지도 이 친구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 보이지 않느냐고, 시끄러우니 그만 울라고 무작정 다그치기만 했던 적도 있습니다. 저는 T발 놈입니다.
그런데 그건 썩 현명한 대처가 아니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생의 동반자이기도 하니까요. 겉으로 보이는 성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 아이도 달래 가며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저의 공간을 만들고 지나온 일들을 풀어가는 것 역시 이 친구를 달래보고자 시작했습니다. 지나간 아픔도 실패에 대해도 외면하거나 혼내기만 했지 어루만져준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썩 대단하거나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정작 이렇게 관심을 받아보니 가슴이 떨리네요. 욕심이 생겨납니다. 큰일입니다.
첫 번째 퇴사썰에 몇 개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응원하기를 통해 차 한 잔 대접해 주신 분들도 생겼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이 찌르르했습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저는 누군가의 글에 '왔다 갔음'을 대변하는 좋아요는 많이 눌러도 정성스레 댓글을 남긴 일이 많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었다? 핑계입니다. 제 마음 그릇의 크기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테죠. 먼저 베풀어주시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겁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회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면 쓸모가 없는 존재라고 치부되기 쉬운 우리네 인간관계가 삭막하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일면식도 없는 이의 글이 때로는 일상과 함께 꼭꼭 씹어보는 밥친구처럼, 때로는 스스로를 마주하고 돌아보는 거울처럼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가치로운 일인가 이 공간에 글을 적으며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에 2주간 5개의 글을 적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10개 정도의 글들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이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