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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Jul 23. 2024

맥스 그린(A Tale Max Green)-5장

5.



맥스 그린에게 잡힌 남자는, 당연히 산적들이 보낸 스파이였다. 콜린 클라이드 상사가 정말로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보내진 사람이었다. 스파이를 잡은 공을 인정한 웨이드 대령은 맥스를 중사로 진급시켰다. 맥스 그린 중사는 부대 밖에서, 그러니까 마을에 있는 자기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도록 대령에게 청원을 했고, 대령은 이를 승인했다. 그리고 스파이는 총살되었다.

"앗! 총살했어요?"

나는 대령의 성격에 너무나 놀랐다. 스파이쯤이야, 그냥 가둬 두어도 될 일인 것을…….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웨인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웨이드 대령의 성격은 정말 불같았습니다. 누구도 반대하지 못했지요. 대령이 총살하라고 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가벼운 식사라도 하시지요."

나는 클럽 주인의 장사 수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식사를 하지 않으면, 분명히 웨인은 입을 다물어 버릴 것이다. 나는 취재비로 얼마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계산이 얼마나 나왔을까를 머릿속으로 어림짐작해 보았으나, 알코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산이 잘 안 되었다. 까짓 거, 먹고 보는 거지.

"그럼, 시간이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지요."

내가 말을 하자, 웨인은 싱긋 웃더니, 카운터 뒤쪽의 주방으로 갔다. 잠시 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화장실에 갔다. 세면대 앞에 붙어 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니, 모래바람 때문에 까칠한, 약간은 얼이 빠진 듯한 삼십대 후반의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스파이가 총살된 후, 몇 주일은 조용했다. 그러나 늦여름이 다 가고, 초가을이 시작될 때, 달도 없는 캄캄한 어느 날 밤에, 산적들이 쳐들어왔다. 그게 실은, 쳐들어왔다기보다는, 마을을 털러 온 것이었다. 마을 뒤편에 있는 자그마한 공터에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마을 사람들이 겨울을 대비하여 식량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식량의 대부분은 군인들이 먹어야 할 것들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마을을 지키는 대나무 철책 문이 열려져 있었고, 모두가 잠든 야밤에 산적들 수 십 명이 살짝 들어와 식량의 절반 정도를 가져가 버렸다. 아마 사람이 더 있었거나, 아니면 시간이 충분했더라면, 몽땅 다 털어가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인하여, 웨이드 대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마을 사람 전체를 취조하여, 누가 산적들과 내통했는지 찾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다음 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부대로 불려갔다. 누구나 자기는 모른다고 하였으나, 고문을 당한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 그날 밤에 잠이 안 와서 마당을 거닐고 있었는데, 집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지나갔다고 진술하였다. 당장 그 사람의 집을 중심으로 다시 거친 조사가 시작되었고, 결국 내통자, 그러니까, 산적들에게 철책 문을 열어준 자가 밝혀졌다.

"누구였습니까?"

웨인의 얼굴에 고통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말하기가 힘들면, 꼭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웨인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잠시 눈을 누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동생이었습니다."

나의 입은 벌어지고, 눈은 휘둥그레졌다.

"저런! 미안합니다."

"아니오. 동생이 잘못한 일이니까요. 그 녀석은 항상 도시로 가고 싶어 했답니다. 난 그걸 이해를 못 했고요. 이 클럽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도 항상 지겨워했지요. 맨날 손님들, 특히 군인들하고 다퉜습니다. 클라이드에게 맞은 적도 있었고, 참, 맥스하고도 싸웠지요. 난 역시 그걸 무시했고요. 어쩌면, 다 내 잘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대령이 알았으니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텐데……."

웨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존 웨인의 동생 톰 웨인은 고문을 당한 끝에 모든 것을 불었다. 휴일 날, 벅스 시티에 물건을 사러 갔는데, 그는 거기서 어떤 사람을 만났다. 풍성한 검은 머리 밑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그 밑에는 검은 콧수염을 기른 그 사람은 짤랑거리는 주머니를 건넸고, 톰은 주머니를 열어 본 다음,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웃었다. 그러나 그는 그 주머니를 다시 남자 앞으로 밀었다.

"그러니까, 문만 열어 두라는 거지요? 꼭 내가 나설 필요는 없다 이거지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끄럽게 하고 싶지가 않아요. 그리고 누가 다치는 것도 싫습니다.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요. 마을에 큰 해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군인들이 먹을 건데……. 안 그렇습니까?"

남자의 웅얼거리는 말이 톰의 귓가를 간질였다. 톰은 이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장발의 머리카락과 선글라스 그리고 콧수염을 보면서,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한다고 여겼다. 톰은 남자가 데리고 온 여자를 보았다. 갸름한 얼굴에 금발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나이는 이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 여자는 미인이었다. 그는 여자의 목에서부터 가슴 그리고 허리를 눈으로 훑어보다가, 마주앉은 탁자 밑으로 보이는 미끈한 종아리를 훔쳐보았고, 그러자 여자는 다리를 반대로 꼬았다. 살짝 펄럭이는 치마 속에서 사향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주위를 살피더니, 주머니를 다시 톰에게 밀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걸로 부족하다면……."

"부족하다면?"

톰이 말했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이 여성분이 채워줄 수도 있습니다. 미스터 웨인!"

톰 웨인은 탁자 위의 주머니를 끌어당겼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눈은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여자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벌어진 그의 입에서 침이 흘렀다.

나는 잠시 식사를 멈추고, 웨인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어디 먼 데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본 나는 섣불리 그에게 다음 질문을 던지기가 망설여졌다.

제 135 연대의 연대장 티모시 웨이드 대령은 톰 웨인에 대한 군사재판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재판을 구경하러 갔으나, 존 웨인은 가지 않았다. 차마 동생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였다. 그리고 재판의 결과는 존이 예상한 대로, 사형이 선고되었다. 재판이 끝난 지 일 주일 후, 월요일에 총살형이 집행되기로 결정되었고, 처형대의 대장은 맥스 그린 중사로 정해졌다. 맥스 그린 중사와 아홉 명의 선발된 병사들은 날마다 오전과 오후 두 번씩, 사격 연습을 했다. 한 명 당, 단 한 발의 총알이 지급되었고, 그들은 이십오 미터 떨어진 사람 모양의 표적지에 총을 쏘았다. 화요일, 연습의 처음 날에는 다섯 발도 제대로 명중되지 못했으나, 토요일이 되자, 열 발 모두 표적지에 명중했다. 훈련의 결과에 만족한 맥스 그린 중사는, 일요일은 사격 연습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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