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콤! 왼쪽 엔진이…….”
자신을 쳐다보는 랄프의 말에 말콤은 고개를 기울여 좌측 엔진을 보았다. 엔진에서 시커먼 연기가 쿨럭쿨럭 나오는 중이었다. 말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젠장! 젠장! 그러니까 저 녹색 놈들을 태우지 말라니까!”
말콤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걸프스트림이 이륙할 때의 장면이 선명히 머리에 떠올랐다.
비행기가 서서히 속력을 내면서, 임시 활주로에서 달려갈 때, 갑자기 앞쪽에서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려고 했다. 말콤은 재빨리 가속을 하여, 쓰러지는 나무 밑으로 비행기를 돌진시켰다. 덕분에 나무와 충돌을 면하고,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었으나, 아마 잔가지 몇 개가 왼쪽 엔진 위로 떨어진 것 같았다. 분명 아주 작은 나무 조각들이 엔진 속으로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엔진 블레이드에 분명 갈려야 했을 나무 조각 몇 개가 아마 연소실까지 들어간 다음, 거기서 뭔 짓을 한 게 분명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랄프의 다급한 구조 요청이 걸프스트림의 조종실에 메아리쳤다.
“여기는 NX-A-360 편. 구조를 바란다! 구조를 바란다!”
무전기를 손에 든 채, 부기장 랄프 캐시디는 기장 말콤 프라이데이를 쳐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왼쪽에 앉아 있는 말콤 뿐이었다.
“랄프! 더 불러봐.”
조종간을 있는 힘껏 붙잡고 있는 말콤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피어나고 있었다.
‘지지직……. 지지직…….’
무전기에서는 가래 끓는 소리만 나왔다.
“말콤! 무전기가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아요.”
랄프는 말콤에게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더 불러봐.”
말콤은 계기반의 레이더를 보면서 현재 비행기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면의 창문 밖으로는 녹색 물결이 저 멀리까지 뻗어 있었다. 광활한 밀림이었다. 어떻게 하든지, 여기를 통과해야만 했다.
‘젠장할……. 지평선이 안 보일 정도라니…….’
말콤은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비행기 고도가 너무 낮아서 더 이상 멀리 보이지 않았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비라코푸스 공항 나오라!"
랄프는 다시 말콤의 얼굴을 보았고, 말콤은 여전히 앞만 보고 있었다.
"비라코푸스! 제발 좀 나와라!”
랄프의 목소리가 이제는 절망으로 변해갔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기장을 보았고, 말콤은 기내 마이크를 집었다.
“기장입니다. 모두 안전벨트를 단단히 확인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안전벨트를 확인해 주십시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조종실 문이 벌컥 열렸다.
랄프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스튜어디스인 엘리자벳 롱맨이 양손으로 조종실 문을 잡고서,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조종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랄프! 대체 무슨 일…….”
순간 비행기가 왼쪽으로 확 기울자, 엘리자벳은 할 말을 못 마치고 그만 문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조종실 바로 뒤에 위치한 주방 바닥에 고꾸라진 것이 분명했다.
이제 조종실 문마저 열린 채 덜거덕거리고 있었다.
“랄프! 조심해!”
말콤 기장은 조종간을 힘껏 잡아당겼다. 걸프스트림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날개를 흔들면서, 정글 위로 솟구쳐 올랐다. 열린 문 뒤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