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제이콥은 천천히 깨어났다. 옆을 보니 존이 조용했다. 제이콥은 손을 뻗어 존의 가슴에 올렸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해야만 했으나, 지금 존의 가슴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심장의 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존이 죽었다는 사실을 제이콥은 깨달았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나도 죽을 것이다.'
제이콥은 눈앞에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시 향긋한 나무 향기가 날아왔다. 제이콥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그 향기를 따라 강과는 반대편인 숲속으로 들어갔다. 동물들이 다녔음직한 작은 오솔길이 나 있었다.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길을 따라 계속 걸은 제이콥은 마침내 사방 몇 십 미터는 됨직한 너른 공터로 나왔다.
'환상적이군.'
앞에는 높다란 돌산이 막고 있었고, 그 돌로 된 벽에는 여기저기 동굴들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공터에 바로 그 녹색의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낮게 혹은 높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제이콥이 고개를 들어 보니, 동굴에서 머리들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노래를 부르던 두 남녀는 제이콥을 보더니 노래를 그쳤다. 하늘에 해가 떠 있었다. 두 남녀는 양손을 하늘로 뻗어,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았다. 동굴 여기저기에서, 녹색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이든 녹색인도 보였고, 젊은 녹색인도 보였다. 그리고 어린이들도 보였다. 제이콥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그들이 자기를 먹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그 대신 그는 말콤과 메리가 생각났다.
'말콤이 메리를 먹을까? 아니면 메리가 말콤을 먹을까? 서로 사이좋게 다리 하나씩 주고받을까? 아니면 팔을?'
제이콥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잠시 후, 제이콥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식물생리학자로서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녹색의 두 남녀를 포함하여, 모든 녹색인들은 햇빛을 받으면서,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녹색 피부를 햇빛에 쪼이면서, 두 팔을 하늘로 높이 든 채, 그들은 자연에서 에너지를 취하고 있었다.
공터에 풀썩 주저앉은 제이콥은 그들의 몸이 에너지로 충만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아마 말콤과 메리도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제이콥은 편안함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