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녹색인들이 놀던 개울은 다행히 물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메리, 제이콥 그리고 말콤은 힘을 합쳤다. 네 마리를 잡은 다음, 각자 한 마리씩 챙겼다. 제이콥은 존을 위해 두 마리를 챙겼다.
"생선을 날 것으로 먹을 줄이야."
메리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이름도 모르는 생선을 집어 들었다. 그래도 머리와 꼬리도 제거했고, 껍질도 대충은 벗겨져 있었다. 군인이었던 말콤이 이런 일에는 제일 능숙했다.
"메리, 동양에서는 생선을 날로 먹는 건 아주 흔한 일이야."
말콤은 입에 가득 생선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메리도 억지로 입에 넣었으나, 바로 욕지기가 올라왔다. 제이콥은 한 덩어리의 생선살을 들어 존의 입에 넣어주었고, 존은 아무 말도 없이 먹기만 했다. 정신이 반 정도는 나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존은 날생선을 잘 먹었다. 제이콥은 꾹 참고 천천히 먹었다.
하루는 나무 열매를 따서 먹고, 그 다음 하루는 물만 먹으면서, 일행은 이틀을 더 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커다란 강이 나타났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물결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척 보아도 강 건너까지는 백 미터가 넘어 보였다. 아마 수심도 몇 미터에서 몇 십 미터는 될 것이다. 도저히 그냥 건널 수는 없는 강이었다.
말콤은 총을 꺼내 만지작거렸고, 이 모습을 메리와 제이콥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존이 한쪽에 누워 있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자, 이제 결정을 내리자.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너는 경우. 그리고 강을 돌아가는 경우. 자, 어떤 걸 택할까?”
말콤의 제안에 과학자들은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뗏목을 만들어 건너갈 거야. 여길 돌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니까. 그리고 뗏목은 직접 만든 사람만 타고 가야 해. 존은 안 돼.”
말콤은 단호히 말했다.
어제부터 아무 것도 먹기 못한 사람들이었다. 과연 나무를 모아다가 뗏목을 만들 힘이라도 남아 있을까?
“메리! 말콤과 둘이 가. 나는 여기 남을께.”
“제이콥! 어쩌려고?”
“존을 두고 갈 수는 없잖아. 강이니까 물은 충분해. 먹을 것은 여기저기 나무 열매라도 먹으면서 버틸 수 있어. 건너간 다음 구조대를 보내 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제이콥의 얼굴에는 삶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메리는 그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하! 메리! 정말 나와 함께 갈 수 있어?"
말콤이 이를 드러내고 웃어 젖혔다.
"왜?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메리는 말콤에게 인상을 썼다.
"흐흐, 내가 잡아먹으면 어쩌려고 그러지?"
말콤은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돌려보였다. 그 모습이 메리의 온 몸에 소름을 끼치게 만들었다.
"말콤! 제발 메리와 함께 가."
제이콥이 다시 말했다.
"알았어. 제이콥! 나도 비상식량이 있는 편이 좋으니까."
말콤은 메리의 온 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았다.
메리는 말콤을 한 번 흘깃 보더니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말콤이 따라갔다.
한 시간 정도 흘렀다. 숲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낑낑대며 나무 더미를 운반해왔고, 그걸 덩굴로 얼기설기 엮여서 뗏목을 만들었다. 제이콥도 도왔다. 여기에 모두의 목숨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다들 우울해졌다.
"젠장맞을!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말콤은 발로 뗏목을 걷어찼다. 메리는 흙바닥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고, 제이콥은 다시 존의 곁으로 가서 앉았다.
“구조대를 꼭 보낼께.”
메리는 뗏목을 타고 강으로 나아가며 제이콥에게 말했다. 메리가 앞에 앉고, 말콤이 뒤에 앉았다. 둘은 기다란 나무 장대를 물에 집어넣은 채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갔다. 강물을 따라 하류로 점점 멀어지는 뗏목을 보면서, 제이콥은 손을 흔들었다.
'설마 서로 잡아먹기야 하겠어?'
제이콥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뗏목과 그 위의 두 사람은 작은 점이 되었다. 그래도 계속 손을 흔드는 제이콥의 코에 향긋한 나무 향기가 느껴졌다. 바닥에 누워 있는 존을 보면서 제이콥은 졸음이 온다는 생각을 했다.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았으나, 그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이콥의 코에는 분명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향기가 스며들고 있었고, 식물생리를 전공한 제이콥은 이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고개가 툭 떨구어지더니, 스르르 그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