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줄리어스는 저녁 식사로 나온 햄버거를 먹었다.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은 다음, 옆에 놓인 물을 쭉 들이켰다. 물잔을 바닥에 놓은 다음, 침상에 벌렁 드러누웠다.
“대체 무슨 폭탄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내가 폭탄이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혹시....... 아....... 그거, 그거 말하나?”
줄리어스는 천장을 쳐다보면서 눈을 끔벅끔벅했다.
48.
존 스튜어트 중위는 월 스트리트 경찰 분서 건너편 도로의 빌딩 사이에 숨었다. 추적기의 화면에 보이는 점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멍청한 녀석 같으니.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야? 경찰서에 갇혀 있다니.”
“스튜어트 중위, 이건 전쟁 전 육군이 사용하던 최신형 라이플이네. 온갖 기능이 다 들어 있지. 사격은 기본이고, 수류탄 발사도 되지.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기능은 자동 잠금이었어. 지문 인식 기능이 있어서, 만약 다른 사람이 사용하려 하면 잠겨버렸다네.”
대령이 건네준 라이플을 받아든 존은 외관을 살펴보았다. 라이플 아래 부분에 네모난 구멍이 보였다. 존은 대령을 쳐다보았다.
“이제 탄환은 없어.”
존은 외투에서 두건을 꺼내 얼굴에 썼다. 두 눈만 보였다. 그리고 길을 건넜다. 재빨리 라이플을 꺼내든 그는 발로 경찰서 문을 박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손들어!”
일순간 경찰서 안이 조용해졌다. 존은 경찰서 안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에 세 명의 경관이 보였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존은 바로 앞에 서 있던 경관의 가슴을 라이플로 쿡 찔렀다. 경관이 휘청거렸다. 손을 든 경관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냈다. 권총을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모두 그 자리에서 나와서 뒤쪽으로 간다.”
칸막이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경관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머뭇머뭇했다. 존은 권총을 빼앗은 경관의 얼굴을 라이플로 갈겼다. ‘퍽’ 소리와 함께 경관이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칸막이 안에서 양손을 높이 든 경관들이 천천히 경찰 분서 안쪽 공간으로 이동했다. 쓰러진 경관도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그들을 따라갔다. 존은 경관들을 유치장 바로 앞으로 몰아댔다.
“열어.”
존의 말에 경관 한 명이 열쇠 뭉치를 꺼내더니 유치장 문을 열었다. 유치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들 그대로 있어.”
존은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가장 앞에 있던, 보통 사람보다 머리 한 개는 더 큰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어깨를 흔들며 존에게로 다가왔다. 그 순간 존은 왼발로 그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커헉.”
거한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꿇어.”
존은 우르르 앞을 다투어 꿇어앉는 건달들을 보더니, 경관들 쪽으로 살짝 돌아 섰다. 그리고 그는 들고 있던 라이플로 유치장 안을 가리켰다.
거한과 경관들이 전부 유치장 안으로 들어가자, 존은 열쇠 뭉치를 빼앗았다. 그는 유치장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예쁘장한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나와.”
존의 명령에 낸시 브라운 경관은 유치장 밖으로 나왔다. 유치장 문을 잠근 그는 낸시를 유치장 옆에 세워두었다. 존은 그 자리에서 옆으로 돌았다. 그리고 독방을 보았다. 한 사람이 독방 창살에 바짝 붙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존은 열쇠 뭉치를 낸시에게 주었다.
“열어.”
낸시는 독방 문을 열었다. 그녀와 줄리어스의 눈길이 마주쳤다.
“가세요. 얼른!”
줄리어스는 어리둥절했다. 낸시의 어깨 너머를 보았다.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낸시, 이게 대체.......”
낸시는 줄리어스를 끌어내더니, 스스로 독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열쇠를 창살 틈으로 내밀었다.
“잠가요. 그리고 가세요. 호텔 뉴요커로.”
“고마워. 낸시.”
줄리어스는 창살 틈으로 낸시에게 키스를 했다. 낸시의 두 손이 창살을 꽉 붙잡았다. 그는 살짝 눈을 떴다. 낸시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곁눈질로 흘끗 보니, 옆 유치장 창살에 사람들의 얼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줄리어스는 그녀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홱 돌아 달려 나갔다. 어떤 책상을 지나치려는 찰나, 자신의 물건들이 보였다. 그는 목걸이와 칼 그리고 망원경을 챙겼다. 그리고 열쇠 뭉치를 책상에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