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도로를 건넌 줄리어스는 경찰서를 돌아보았다. 거리에는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낸시....... 참, 나란 녀석은.......”
경찰서 문이 열리며 복면을 한 자가 재빨리 나왔다. 그는 좌우를 살피더니 오른쪽으로 뛰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경찰서 문이 확 열리며 경관들이 뛰쳐나왔다.
“젠장, 내가 문을 안 잠갔군.”
줄리어스는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남자, 왠지 눈에 익어 보이기는 하던데.......”
줄리어스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렴 어때.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일어나는 법이니까. 어쨌든 운이 좋군.”
“지도를 봐두기를 잘 했어. 호텔은 북쪽이니까.......”
경찰서를 나온 줄리어스는 북쪽으로 갔다. 월 스트리트 지하철역이 나왔다. 그는 브로드웨이를 지나, 그리니치빌리지까지 내처 갔다. 길 양쪽으로 빌딩들이 줄지어 있었다. 인적이 뜸했다.
“저 건물이 그 건물이구나. 이때는 보기 좋았는걸.”
그는 계속 걸어 유니온 스퀘어 공원까지 왔다.
“오늘은 어디서 잘까?”
조금 더 걸으니 매디슨 스퀘어 공원이 나왔다.
“여기도 나쁘지는 않은걸. 조금만 더 가 볼까?”
31 번 스트리트를 지났다. 그 뒤 33 번 스트리트와 34 번 스트리트 사이에 멋진 빌딩이 보였다. 아주 높은 건물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네. 캬! 멋지군.”
줄리어스는 탄성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라이슬러 빌딩도 보러 갈까? 아니. 그냥 가자. 왠지 오늘은 날이 아니야.”
“그래. 센트럴 파크로 가자. 거기가 좋겠어. 거기라면 조용하겠지.”
줄리어스는 6 번 애비뉴까지 왔다. 타임스 스퀘어가 저만치 보였다. 거리에는 간간이 택시도 보였다. 유치장을 나온 지 거의 1 시간 30 분을 걸어서 콜럼버스 서클에 도착한 줄리어스는 이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센트럴 파크로 들어갔다. 그는 센트럴 파크 드라이브 웨이를 따라 공원 안으로 더 들어갔다.
“아무도 없겠지?”
그때 그의 눈에 밝은 빛이 보였다. 눈을 살짝 감고 보니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이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줄리어스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50.
폰티악이 브로드웨이를 따라서 북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조지 윌리엄스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월터 로이드에게 권했다.
“럭키 스트라이크? 난 카멜이 더 좋은데.”
로이드가 투덜댔다.
“헤이, 친구. 이것도 꽤 괜찮아.”
“.......”
로이드는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불을 붙인 다음, ‘후’ 하고 한 모금의 연기를 차창 밖으로 날려 보냈다. 윌리엄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봐, 월터, 너무 마음에 두지 마.”
“.......”
“경찰서를 습격해서 줄리어스를 탈출시키다니....... 게다가 총기까지 탈취해 가다니. 완전히 간덩이가 부었어.”
“내가 비록 자리에 없었지만, 이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야.”
“그래, 당연히 자네 책임이지. 이제 모든 것이 확실해진거야. 그 스파이 녀석은 동료가 있었어. 제기랄, 우리가 그걸 생각했어야 했는데.”
저 앞에 뉴요커 호텔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