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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Nov 06. 2024

닉을 찾아서(Finding Nik)-31

57.


“근사하군.”

줄리어스는 호텔 뉴요커 앞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높은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아따, 거, 거지같이 높네.”

“그래, 인자 내가 그 사람을 찾아 부렀구만.”

줄리어스는 일부러 사투리로 말했다.

호텔 정문으로 들어간 그는 프런트 데스크로 갔다.

“미스터 테슬라를 만나러 왔습니다.”

데스크에 있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줄리어스를 바라보았다. 이름표가 보였다. ‘로저’ 그리고 ‘줄리엣’ 남자 직원은 고급스런 정장을 차려 입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얼굴을 은근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공손히 말을 했다.

“미스터 테슬라는 3327 호에 있습니다. 연락해 드릴까요?”

“예. 부탁합니다.”

직원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기를 손으로 막더니 줄리어스를 불렀다.

“저, 손님, 성함이.......”

“줄리어스 애슬로우.”

직원은 통화를 계속 했다.

줄리어스는 기다렸다.

“올라가세요.”

줄리어스는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딱히 할 말도 없는데. 무작정 나를 따라서 가자고 할 수도 없잖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58.


로저는 미스터 테슬라를 만나러 온 사람이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데스크의 전화를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 .......  방금 올라갔습니다. ....... ....... 감사합니다.”


연방수사국 요원들은 호텔 건너편 건물 창가에서 망원경으로 뉴요커 정문을 보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사복을 입고 커피를 마시고 있던 잭슨 경사와 그의 부하 경관들은 호텔 뒷문에 있는 로이드 서장에게 무전으로 보고를 하였다.

“잭슨 경사, 반드시 우리 손으로 잡아야만 됩니다. 알겠습니까?”



59.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줄리어스는 3327 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는 방을 찾았다.

‘똑. 똑. 똑.’

“들어오시오.”

줄리어스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늙은 노인 한 명이 힘없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줄리어스는 숨이 턱 막혔다. 줄리어스는 테슬라의 건너편 긴 소파에 앉았다. 테슬라가 말했다.

“날 만나러 오다니 무슨 용무이신가?”

줄리어스는 잠시 숨을 멈췄다. ‘후’ 하고 숨을 내쉰 줄리어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리고 전 세계에 있는 주요 도시들의 상공에서도 원폭이 터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건물들이 무너지고 화재가 일어났겠지요. 육교와 고가도로가 날아가 버리고, 자동차들은 무너지는 건물들에 깔렸습니다. 마침 폭탄이 터진 근처를 날아가던 비행기들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거나 폭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몇 대는 불이 붙은 채 지상으로 떨어지기도 했고요. 원폭이 터진 중심부 근처에는 모든 생명체들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답니다. 폭심지에서 적어도 10 내지 20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역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그러나 그들도 전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들도 전부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방사능이 여기까지 퍼질 것이고, 하늘에서는 검은 비가 내릴 것이며, 그때가 되면 길거리에 나와 있던 생존자들마저 전부 사라진다는 것을. 그 순간부터 이 세상의 지배자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태양에서 세 번째로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행성 지구는 폭탄으로 인하여 스스로의 몸에 엄청난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더 이상 인간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답니다. 2190 년이 되어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새 달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만 새해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더 이상 폭탄이 날아오지 않았답니다. 추운 겨울 동안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리에 있는 마트나 백화점 그리고 시장을 돌며 이것저것들을 훔쳐서 살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빼앗아 살기도 했습니다. 폭탄과 방사능으로 죽어간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인간들에 의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먹을 것이 떨어지자 하나 둘씩 사라져 갔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자네가 미래에서 왔다 이거지?”

테슬라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걸 내가 믿어야 하는 증거라도 있을까?”

“없습니다.”

테슬라는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그러더니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테슬라는 줄리어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역사가 흘러가는가?”

테슬라가 속삭이듯 말을 했다.

“그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서, 이렇게 자네가 나를 만나러 왔지?”

“살아남은 자들, 그들은 현명했습니다. 그들은 즉시 도시를 떠났어요.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시골로 그리고 물이 있을만한 곳으로 옮겨 갔습니다.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람만, 특히 어린 아이들은 꼭 데리고 떠났습니다. 도시에서 계속 버티고 있으면 당장 추위는 피하고 먹을 것은 구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테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50 여 년이 흘러, 이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그마한 마을들이 생겨나게 되고 그랬답니다. 그런데 다시 사람들이 많아지고 생활이 살만해지니까, 인간은 다시 예전의 못된 버릇이 도졌습니다. 그들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이윽고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졌습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자와, 주인을 필요로 하는 자들로. 결국 그리하여 더 넓은 땅과 더 많은 자원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줄리어스는 말을 마쳤다. 테슬라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미래로 가 주셨으면 합니다.”

테슬라가 천천히 말했다.

“내가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너무 늙어 버렸어.”

테슬라의 말을 들은 줄리어스의 얼굴빛이 변했다. 벌떡 일어났다.

“이런 빌어먹을 노인네! 나는 지금 당신을 납치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그래?”

줄리어스 애슬로우 중위는 말이 턱 막혔다. 그는 간신히 말을 뱉어낼 수 있었다.

“난 사람을 납치해 본 적이 없단 말입니다!”

테슬라는 웃기 시작했다.

“그게 왜 문제란 말인가? 시도해 봐!”

그리고 그 순간 니콜라 테슬라는 침묵했다. 테슬라는 호텔 방 천장을 쳐다보았다. 눈동자가 맹렬히 움직이고 있었다. 줄리어스는 기다렸다.


“이것이 그대들이 원하는 것인가?”

“예? 뭐라고요?”

줄리어스는 깜짝 놀랐다. 니콜라 테슬라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테슬라의 야릇한 미소를 본 줄리어스는 소파에 다시 앉았다.

“그런데, 미스터 애슬로우. 나는 지금 룸서비스를 주문할까 한다네.”

줄리어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배고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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