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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ug 12. 2019

나이스 한 불매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매운동 수칙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사히 비어와 같은 일본 맥주는 마트와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인기를 끌었던 유니클로 매장은 텅 비었고 문 닫는 점포도 생겨나고 있다. 대마도를 비롯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곳은 썰렁해졌고 많은 가게들이 파리를 날리고 있다고 한다.
얼마 가지 않을 거라 조롱했던 아베 일당이 당혹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본 관광 보이콧은 일본 내 관광업계, 특히 소도시 산업에 타격이 된다고 한다. 작년에 한국인 750만여 명이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24%가 한국인이었다. 반면 한국에 여행 온 일본인 관광객은 350만 명에 불과했다. 일본 인구가 대한민국 인구의 2.5배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의 일본 짝사랑이 컸던 셈이다. 아베 정권은 특히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외국인 관광객 4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베 정권은 현재의 일본 관광 보이콧이 내년까지 지속될까 말은 안 해도 아마 속이 타들어 갈 거다.

2000년대 하반기 서울 명동엔 일본인 관광객이 넘쳐났었다.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말이다. 겨울연가를 비롯한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 중년 여성들은 남이섬까지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아킬레스건인 일본 천황에 관한 언급을 한 직후였다. 그때 일본에서 지금의 한국에서처럼 No Korea!와 같은 불매운동이 펼쳐졌던가? 일부 극우세력들이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대대적인 운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말없이 한국 여행을 중단했다. 일부는 행여 해코지당할까 무서워서, 일부는 한국이 싫어져서였다고 한다. 그렇게 무서운 게 일본 사람들이다. 소리 내지 않고 티 내지 않고 조용히 한국행을 끊었다.

아베 정권과 일반 일본 국민을 분리 대응해야 한다. 한국에 호감을 가진 일본 시민들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일본 정부를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베 정권 일당과 일본 일본 국민을 동일시하지 말아야 한다. 오죽하면 일본 시민단체가 노 재팬 말고 노 아베 운동으로 연대하자고 했겠는가.

일본 국민 가운데는 작금의 사태를 말없이 지켜보며 걱정하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현재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No Japan 운동 중에 일부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 지하철, 숙박업소에 No Japanese, 일본인 탑승 금지, 일본인 숙박 금지, 일본인 출입금지 등의 배타적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일본인 손님은 안 받겠다는 거다. 도대체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그들은 한국에 온 손님이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비즈니스맨, 유학생들에게 화풀이하는 식의 행동은 아무런 명분도 득 될 것도 없다. 감정 악화만 초래할 뿐이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지자체 간의 교류, 스포츠와 예술 분야 등 민간교류를 중단하는 것도 과연 어떤 이득이 되겠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 민간단체가, 자매결연 맺은 일본 지자체가 아베 정권의 화이트 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가? 책임이 있는가? 공개적으로 아베의 대한 경제보복 조치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는가? 일방적인 초청 취소와 교류 중단이 가져올 역효과를 생각해보자.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소녀상 작품을 전시회에서 빼라고 협박한 우익이나 지원금 중단으로 거든 아베 정권, 결국 무릎 꿇고 만 주최 측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이럴 때일수록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회사원, 유학생들에게 더 친절하게 잘 대해줘야 한다. 그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더 많은 친한파 지한파 일본인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움직인다. 언젠가 그들이 표로 아베 정권과 그 추종세력들을 심판하도록 보통 일본 사람들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바라건대 불매운동에 참여하면 애국자요, 불참하면 매국노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적전분열, 자중지란이 가장 큰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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