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해외로 해외로"vs 일본인 "해외는 위험해"
해외지향 vs 국내지향 한일 젊은이 비교
<해외지향 vs 국내지향 한일 젊은이 비교>
최근 일본 내각부가 한국과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7개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 젊은이들은 외향적, 일본 젊은이들은 내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 얘기가 아니라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의향을 묻는 질문을 통해 글로벌 성향이 드러난 것이다. 조사는 13~29세의 남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이뤄졌다. 먼저 해외 유학을 가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한국은 가장 놓은 65.7%였다. ("외국 고교나 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졸업하고 싶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유학하고 싶다" "단기유학을 하고 싶다" 포함) 미국이 그다음으로 한국과 비슷한 65.4%였다. 이어서 프랑스·영국·독일·스웨덴 순으로 높았으며 일본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3%를 기록했다. "해외 유학을 원치 않는다 "는 응답은 일본이 53.2%로 절반을 넘었고 한국은 가장 낮은 22.0%였다.
일본인들의 해외 유학 증감 추이를 살펴보자. OECD, 유네스코, 미국국제교육연구소 등의 2016년 통계에 의한 일본인의 해외유학자수를 집계한 결과 55,969명으로 전년보다 1,293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일본인들의 해외 유학은 2004년 82,945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2012년 60,138명으로 소폭 반등하는가 싶더니 다시 하락해 5만 명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 정부기관인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의 조사 결과를 보면 단기 유학생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장기 유학생은 최근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105,301명 (전년대비 8,448명 증가)
미국 19527명, 호주 9879명, 캐나다 9440명, 중국 7144명, 한국 7006명, 영국 5865명
1개월 미만 유학은 2009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해 2009년 16,873명에서 2017년 66,876명으로 4배가량 늘어난데 반해 1년 이상 유학은 2009년 1,081명에서 2017년 2,022명으로 두 배 그치는데 그쳤고 특히 2016년 2,456명에서 2017년에는 2022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인의 해외 유학이 정체되거나 감소되는 반면 외국인들의 일본 유학은 증가 추세이다. 일본 내 외국인 유학생수는 2018년 298,980명으로 전년의 267,042명 대비 12% 늘어났다. (중국인 11만 5천 명, 베트남인 7만 2천 명, 네팔인 2만 4천 명, 한국인 17000명 )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10년 이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 한국으로 유학 간 일본인은 7,006명, 일본으로 유학 간 한국인은 15,740명으로 후자가 두 배를 넘는다. 2.5 배 수준의 인구 규모를 감안할 때 대략 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분석
위와 같은 조사 결과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국내 지향적이며 한국 젊은이들은 해외 지향적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적 배경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을까?
첫째, 한국과 일본의 청년 취업률 비교로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의 2019년 봄 대졸자 취업률은 97.6%를 기록한 반면 (올봄 대졸자 가운데 취업 희망자는 43만 6700명. 취업한 졸업생은 42만 6000명) 한국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6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4년제 대학 취업률 추이 (단위:%) 교육부 자료 :
2012 : 66.0 2013 : 64.8 2014 : 64.5 2015 : 64.4 2016 : 64.3 2017 : 62.6)
명문대로 꼽히는 서울대(68.3%) 연세대(68.7%) 고려대(68.2%) 졸업생도 70%를 밑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일본의 2020년 봄 대졸과 대학원 졸업 예정자의 2019년 4월 말 시점에 취직 내정률은 39.3%로 10명 중 4명이 졸업 1년 전에 사실상 취업했다는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6.1% 포인트 상승)
취업이 사실상 100%인 일본의 청년들, 더구나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입도선매되는 만큼 유학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취업률이 60%대에 머무는 한국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어학 연수생이 급증하면서 유학 경험이 없으면 경쟁력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한국의 청년들도 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0명 중 8명이 해외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 2,903명이었던 청년 해외취업자 수는 지난해 5,783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가 127만 명으로, 전체의 2%, 노동자 5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그만큼 일본의 호황과 한국의 불황도 한 가지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인구와 시장 규모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인구는 1억 2천5백만, 한국(남한) 5천만에 비해 2.5배 이상 많다. 경제활동을 하는 시장(Market)의 크기 또한 무려 6배에 달한다. 그만큼 일본은 내수 시장이 큰 만큼 일본 안에서 살아갈 수 있지만 한국은 국내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20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 사회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경계심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오히려 K팝이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도 시장 규모의 차이에서 성공 요인을 찾을 수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17년 일본 음악 시장 규모는 27억 2750만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다. 4억 9440만 달러 크기인 6위 한국 시장의 5배를 넘는다. 한국 음악계는 작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일본 음악계는 자국 시장규모에 만족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보아를 시작으로 지금의 BTS에 이르기까지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아이돌 육성의 성공 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청년들이 해외지향적인 것은 앞서 언급한 청년 취업난이라는 요소와 더불어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일 것이다.
셋째, 세계화 측면에서의 국가정책과 사회 분위기 차이를 들 수 있겠다. 한국은 김영삼 정부 시절 이른바 '세계화'를 구호화하면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국제사회의 조류를 조기에 받아들였다. 군사독재가 막을 내리고 88 올림픽 개최, 해외여행 자율화를 거쳐 '세계화' 캐치프레이즈에 젊은이들의 해외 배낭여행부터 어학연수, 유학이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 개척정신이 청년들의 사고를 움직였다. 가난을 겪은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경제력 있는 중산층의 증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한국 젊은이들을 해외로 해외로 보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지향적 마인드가 정착된 것이다.
그에 반해 일본은 고도성장기 이후 80년대 말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또다시 이어진 장기 불황으로 젊은이들이 꿈을 잃게 됐다. 이른바 도전정신, 개척정신을 상실한 것이다.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난이 워낙 많은 일본은 무엇보다 안전과 안정이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가 다른 외국에 나가는 것을 꺼리고 안정된 일본 사회 안전망에서 살고자 하는 것이다. 리스크를 안은 도전보다는 리스크 헷징을 통한 안정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 것이다. 특정한 한 가지에 몰두해 전문성을 키우는 오타쿠, 방 안에 틀어박힌 채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히키코모리, 일정한 직업 대신 그때그때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여유를 즐기는 프리타. 이런 독특한 현상도 위에 언급한 사실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국토의 특성에 따른 민족성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덧붙여 분석하자면 한국은 반도 국가로서 대륙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진취적 성향을 갖고 있고 일본은 섬나라인 만큼 그 안에서 안주하려는 성향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같은 섬나라인 영국은 그렇지 않은 점과 일본도 한 때 대륙으로 진출하고자 했던 점을 보면 이 분석은 억지 분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본은 '탈아입구'의 기치를 내걸고 아시아 침략과 서구에 맞선 전쟁을 벌였다가 패전의 쓴 경험을 했다는 측면에서 영국과는 달리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의 청년들은 장기불황과 더불어 '유토리'(여유) 교육을 받은 세대라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고베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목도한 세대로서 무기력증이 이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