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예의 바르며 타인을 배려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최고의 덕으로 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자기 절제가 뛰어난 민족성과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기 절제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보여줘야 하는 당위성으로의 요소로 작용하 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타인과의 관계가 절체 된 자기 만의 세상에서는 자기 절제의 필요성을 상 실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일본 사회를 읽는 기본 키워드인 '혼네' 와 '다테마에' 와도 연결지을 수 있다. 실제 속마음과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은 것이다. 지하철에서는 이야기 한 마디 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것과는 달리 술집에서는 시끌벅적한 것도 자기 절제를 지켜야 할 장소가 구분돼 있음을 반증한다. 이것이 '쾌락추구' 측면에서 보면 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타인 앞에서는 '자기절제'를 강조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로 가면 세계 그 어느 민족보다 더 확실하게 쾌락을 추구하는 민족이 바로 일본민족임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풍속산업으로 불리는 일본의 성산업, 특히 AV 산업이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일본의 AV산업의 현황과 특색, 발달한 이유를 일본 사회의 자기 절제와 쾌락추 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AV(Audult Video) 산업 시장 규모는 1조 엔, 우리 돈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 영화시장 규모와 맞먹는 규모이다. 동네마다 비디오 가게 가면 AV코너가 별도로 있고 상당한 양과 종류의 성인용 비디오가 진열돼 있다. 러브호텔은 물론 비즈니스호텔에도 객실 내 TV에 AV채널이 있으며 천 엔, 우리 돈 만 원이면 밤새도록 성인물을 시청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AV는 한국의 애로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장르이다. 한국의 애로영화가 성기 노출이 없고 배우들의 연 기에 의한 성행위 묘사라면 일본의 AV는 성기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 뿐, 사실상 노출에 제한이 없으 며 배우 간에 실제 성행위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사실 성인 비디오라는 뜻의 AV라는 용어보다는 포 르노가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과거 VHS 또는 DVD 형태로 유통되던 AV는 이제 인터넷의 발달로 파일 형태로 유통되며, 디바이스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VR 기술이 AV에 적용되면서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일본 AV의 특징을 살펴보자.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포르노와 비교했을 때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먼저 다양한 종류를 꼽을 수 있다. 레이프물, 헌팅물,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장소물, 근친상간 물, SM물, 불륜물 등 상상을 초월할 온갖 변태적 장르로 발달해있다. 특히 가학적이고 여성의 과도 한 반응은 일본 포르노의 특징으로 꼽힌다. 두 번째는 서양의 포르노가 남녀가 모두 성적 주체로 등장하는 반면 일본의 AV는 남성 중심이라는 점이다. 남성의 시각에서 촬영되고 편집되며 연기도 남성 시청자의 관점에서 이뤄진다. 이것은 일본이 남성 중심의 사회인 점과 AV가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제작,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AV산업이 이처럼 발달한 배경에는 일본 가옥구조도 있다. 일본의 전통가옥은 목조주택으로 방과 방 사이에 벽이 없다. 한국의 전통 가옥은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마루가 있는 것과는 다른 구조인 것이다. 위층과 아래층 사이에도 튼튼한 방음 구조가 돼 있지 않다. 조용한 밤 시간에는 2층 욕실에서 양치질하는 소리가 아래층에서 다 들릴 정도이다. 이런 목조주택에서 부부간 성관계가 온전히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 들을지 모른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절제된 부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본 남성들이 혼자 AV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들은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매우 자극적인 장면과 여성 배우의 과도한 반응을 보며 흥분의 강도를 높이게 된다. 그러나 이런 AV의 발달은 도리어 부부관계를 멀리 하게 만든다. 일본의 섹스리스 부부가 많은 것 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가족계획협회 가족계획연구센터가 2012년 내놓은 ‘남녀 생활과 의식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부의 41.3%가 ‘최근 1개월간 한 번도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섹스에 적극적인 자세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남성은 ‘일에 지쳐서’(28%), 여 성은 ‘귀찮아서’(2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출산 후 성관계를 끊었다’는 응답은 남성 18%, 여성 21%로 나왔다. "가족끼리 어떻게 성관계를 맺느냐"는 농담이 이유 없는 농담은 아닌 셈이다. 글로벌 콘돔 기업인 듀렉스가 2005년 세계 41개국의 섹스 빈도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 다. 일본은 연 45회로 최하위였다. 1위 그리스(138회), 2위 프랑스(120회), 3위 영국(118회) 등에 비해 3분의 1 정도에 머물렀다. 한국 남성의 섹스 횟수도 다르지 않았다, 연평균 65회에 그쳐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일본 여성들은 관계 시 남성들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으며 이를 망상이라고 여긴다. 때문에 AV에서 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데 따른 남성들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이것이 섹스리스 부 부의 증가를 만든다. 섹스리스 부부의 증가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인구감소, 결국 국가 경제력 저하를 초래한다. 일본의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AV산업은 애로영화를 제외하면 제작사는 사실상 거의 없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영상을 제작해 불법 유통하는 영세 업자만 존재할뿐이다. 그러나 유통업자는 존재한다. 직원에 대한 갑질과 폭행 사건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양진호 한국 미래기술 회장은 포르노 유통의 근원지인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선 실소유주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P2P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포르노는 주로 일본의 AV와 미국 등 서양의 포르노, 그리고 국내에서 촬영된 몰카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로 구성된다. 이들은 불법유통을 통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다. 일본과 미국의 AV 제작업체가 저작권 위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포르노 제작과 유통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양지에서 생산되고 유통되지 않고 음지에서 유 통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포르노에 규제를 두는 합법화 논의가 이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 또한 섹스리스 부부 증가, 출산율 급감, 인구 감소, 국가 경쟁력 약화라는 일본 사회와 똑같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