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한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2년간의 국경 봉쇄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해온 북한의 방역망이 결국은 뚫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를 '대동란'으로 규정하고 국가비상사태에 돌입하며 연일 방역 최우선을 외치고 있다.
북한 매체가 확진자나 감염자라는 표현이 아닌 발열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제대로 된 검사 도구나 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사정이 이러니 백신이 있을 리 없다. 코로나 치료제는 말할 것도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의약품 보급에 군대를 동원하는가 하면 자신의 가정용 비상 의약품 기부 의사까지 밝히며 확산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역체계가 무너진 이상 북한의 코로나 확산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자력에 의한 문제 해결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해열제 같은 기본적인 비상약에만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서 격리 외에는 확산 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
급한 대로 중국에 손을 벌려 의약품을 들여오고 있다지만 충분할 리 없다.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남한에 손을 벌려야 한다.
안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호응하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과 기구, 보건 인력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에 따라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지원 의사를 전하려 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남측의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일단 급한 대로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나.
무너진 방역체계를 바로 세우는 게 급선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도 경색국면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상황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제사회와도 공동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대북 직접 지원이 안되면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도 고려하겠다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생각은 매우 합당하다.
북한의 방역체계 붕괴와 그로 인한 경제 위기, 사회적 혼란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진 외교부장관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와 관련해 상호 협의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그나마 북한이 의존하는 중국과 함께 한국이 북한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북한은 이를 맞잡아야 한다.
새 정부 출범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의료지원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비롯해 향후 한반도 정세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과거 1990년대 대규모 수해 이후 상호 쌀 지원을 통해 관계 개선의 성과를 이뤘던 역사적 사실이 이 같은 전망을 가능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