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권력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이제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거리에 나가 보면 의외로 마스크를 벗는 이들이 많지 않다.
서양은 거꾸로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유럽이나 북미의 경우 실외에서 마스크를 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초기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낀 동양인들이 폭행당하는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서구 사회에서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이유는 뭘까?
첫째, 마스크가 은행 강도와 같은 범죄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
둘째, 자유를 침해당한다는 권리 의식이 강한 탓이라는 게 식자들의 분석이다.
그럼 동양 사회에서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음에도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타인에 대한 배려를 들 수 있겠다.
여전히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서로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의식,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수를 쫓는 집단주의 의식을 꼽을 수 있겠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대세를 따르는 것이다.
셋째, 마스크를 쓰는 게 이제는 그냥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다른 이야기지만 일본인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꽤 있었다.
나름 이유가 있다.
화분증, 즉 꽃가루 알레르기가 4계절 유행하기 때문이다.
유독 일본에 화분증이 심한 이유는 전쟁 때문이다.
2차대전을 겪으면서 공습으로 많은 가옥이 주저앉고 폐허가 되면서 주택건설수요가 급증했다.
일본은 목조주택이 기본이므로 목재가 많이 필요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주택건설에 적합한 수목, 그중에서도 빨리 자라는 품종이 필요했다.
그것이 삼나무였다. 쑥쑥 높이 자라는 삼나무가 전국의 산에 심어졌다.
그렇게 자란 삼나무들은 베어져 주택건설용 목재로 사용되었고 또 많은 삼나무들이 심어졌다.
문제는 삼나무가 엄청난 꽃가루를 날린다는 점이다.
봄철이면 마치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희뿌연 연기 같은 것이 산을 온통 뒤덮기도 한다.
이 것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켜 많은 이들을 괴롭힌다.
거리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 일본인들은 코로나 발생 이후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지금 좀 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조직에서 회의할 때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한다.
나머지 듣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듣는다.
바이러스는 침방울을 통해 번지기 때문에 이야기할 때는 특히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거꾸로다.
그런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눈치챘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당당하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은 사내 권력자이다.
권력 사슬의 정점에 있는 사람은 방역의무를 위반해도 되는 건가?
아니라는 걸 모두 알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함부로 입바른 소리를 했다간 그 권력자에게 찍힐지 모를 거라는 걱정 때문이다.
마스크 문화에도 권력이 작동한다는 이 불편한 진실,
나만 경험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