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밀었을 때 잡아야...
지금이 관계 개선 적기

by 윤경민

<손 내밀었을 때 잡아야... 지금이 한일 관계 개선 적기>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데 가해자는 꿈쩍도 않는다. 법원이 가해자의 재산을 압류하고 팔아서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는데도 가해자는 자국 정부만 믿고 "어디 할 테면 해보라"며 버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게 끝났으니 피해 보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부당하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더러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문제의 매듭을 풀려면 1965년 한일 협정 자체가 적합했느냐를 따져야 한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합법이었느냐 불법이었느냐를 놓고 다투다 각국이 편한 대로 해석하기로 하고 결말을 맺은 것이 1965년 한일협정이다. 결국 흐르는 세월에 안에서 곪다가 터질 게 터지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50년도 지난 걸 다시 들춰내서 협정을 파기하고 다시 맺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3권 분립의 원칙을 내세워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부에선 되레 이른바 '죽창가'를 울리며 반일감정을 부추겼다. 다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식의 대응이었다. 일본은 반도체 만드는 핵심 원료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보복했고 한국은 지소미아 파기 위협으로 반격, 결국 한일관계는 최악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해결책을 모색하러 온 한국 협상팀을 찬밥 신세로 만드는 졸렬한 외교 행태를 보였다. 주일 한국대사를 총리가 한 번도 만나주지 않는 속 좁은 냉대 전술까지 펼쳤다.


한국과 일본의 정권이 모두 바뀌고 관계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먼저 손을 내민 건 한국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사에 묶여 한일관계를 이대로 놔두어선 미래가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에다가 경제, 군사력으로 급부상하며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망가진 관계를 시급히 복구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실사구시 외교정책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런 뜻은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확고하게 밝혔다. 그에 앞서 박진 외교장관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을 만나 같은 뜻을 전했다.


이제 일본이 맞장구를 쳐야 할 때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때마침 일본 언론도 기시다 내각의 호응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윤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소개하며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한국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일본 정부에서 안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 내 기시다 총리의 입지다.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진 그가 화끈하게 유연한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강경한 아베 파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의 예기치 않은 피살과 그 이후의 폭 큰 개각에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나 기시다 내각이나 낮은 지지율 때문에 국정 동력을 잃고 있다. 그래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혹에 약해질 수 있다. 지지율을 올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부의 적을 만드는 일이다. '북한 때리기'와 '한국 때리기''죽창가'가 그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저자세 외교' '굴종 외교'라는 맹비난이 일각에서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일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것이 국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모양새는 좀 빠지더라도 실익을 챙기는 실사구시의 외교다.


거듭 강조하지만 일본은 이제 화답해야 한다. 손을 내밀 때 잡고 관계 개선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 더 이상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사양한다. 과거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끼친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상처 입은 이들을 보듬어야 한다. 한일 양국 정부와 기업, 국민이 보상에 참여하는 방식을 잘 다듬는데 일본 정부도 일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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