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양성입니다!"

개인 정보 줄줄 새는 병원, 약국

by 윤경민

#장면 1


"000님!"

회사 근처 한 이비인후과 원장이 진료실 문을 빼꼼히 열더니 환자 이름을 불렀다.

"000님!" (데시벨 X2)

대답이 없자 그 의사는 큰 소리로 환자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네"

문 밖에서 기다리던 환자가 작은 목소리로 답하며 진료실 쪽을 쳐다본다.

몸은 여전히 병원 출입구 밖에 세워둔 채, 목만 길게 빼 출입문 안에 들여 넣은 채다.

"양성입니다"

"네?"

"양성 나왔어요. 양성!" (데시벨 X2)

코로나19가 의심돼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이 사람이 확진됐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도 데시벨이 높아 대기석에 앉아 있던 다른 환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막 확진된 환자에게 쏠렸다.

이어 간호사인지, 접수 일을 하는 직원인지 한 여성이 처방전을 들고 접수대에서 걸어 나온다.

출입구 안쪽에서 한쪽 손만 길게 뻗으며 처방전을 환자에게 건넨다.

"일주일 격리하세요"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자리로 '휑' 달려간다.

아무리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2천만 명을 넘을 정도로 흔한 감염병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렇지,

검사 결과는 엄연히 '개인 정보'다.

양성이든 음성이든 개인 정보인 검사 결과를 타인이 다 듣도록 꼭 그렇게 큰 데시벨로 외쳐대야 했을까?

환자의 인권을 땅에 내팽개쳐도 되는 건가?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람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 출입구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도 그렇다. 병원 안에서 기다리면 감염 우려가 있고 출입문 밖에서 기다리면 감염 우려가 사라지는가?

참으로 어이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 장면 2


"어떻게 오셨어요?"

같은 병원 접수 직원이 물었다.

나: "진료받으러 왔는데요"

병원 직원 : "무슨 진료요?"

나: "목이 좀 아파서요"

병원 직원: "코로나 걸린 적 있으세요?"

나: "3주 됐어요"

직원은 곧바로 체온기를 꺼내 내 이마를 조준하더니 "저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역시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직원과 나의 대화는 대기실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들렸음이 틀림없다.

내가 3주 전에 코로나에 걸렸고 아직도 목이 아프다는 내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공표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개인 정보 보호에 무감각한 의료진은 이들뿐인 걸까?


#장면 3


"어휴 더워. 에어컨 일부러 안 켜놓은 거예요?"

약국 손님이 약사에게 묻는다.

"아뇨, 문 연 지 얼마 안돼서요. 아직 못 틀었어요"

나이 지긋한 동네 약국 약사의 대답이다.

그가 이어서 처방약을 기다리던 다른 손님에게 말한다.

"찬 공기 쐬면 코로나가 몸에서 안 나가요. 더워도 에어컨 바람 쐬면 안 돼요. 선풍기도 직접 바람 쐬면 안 좋아요"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조언이라지만 이 역시 개인 정보 유출이다.

약국 안 다른 손님들이 모두 그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약을 받아가는 그 사람이 확진자라는 걸 인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약을 받아간 사람의 처방전에는 코로나의 '코'자도 쓰여있지 않다. 처방약의 명단만 쓰여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가 확진자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떠들어댄다.

에어컨 바람 쐬지 말라는 건 의사가 할 말이지, 약사가 할 말은 아닐 텐데, 그 약사는 약을 받으러 온 사람의 처방전만 보고 그를 '코로나 확진자'로 치부하고 '개인 정보'를 발설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병원에서, 약국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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