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어느 프랑스 박사의 슬픈 연주 … 그녀는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강선률은 콘트라바스 연주자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와 달리 다급한 목소리였다.
“저 어떻게 해요? 학교에서 짤렸어요”
그녀는 서울의 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였다. 독일 쾰른 국립음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곧바로 프랑스로 건너가 생모르 국립음악원 실내악전문연주자과정(석사)과 솔로 최고연주자과정(박사)을 최고점으로 졸업했다. 한 나라도 아니고 두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공부하며 석박사 학위를 거머쥔 아주 특별한 인재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필자에게는 매우 생소한 콘트라바스 (콘트라베이스라고들 하는데 콘트라바스가 맞는 표현이라고 함), 다른 말로는 더블베이스가 그녀의 전공 악기다. 자기 몸집보다 큰 악기를 신들린 듯 연주한다.
올해 서른여섯 살. 경북 영주에서 남부럽지 않은 부모 사이에 태어났고 해외 유학까지 다녀와 대학에 자리 잡았던 그녀다. 그런데 짤렸다니.
알고 보니 3년 전에 바뀐 시간강사법 (고등교육법)이 원인이었다. 대학이 강사들을 헐값에 쓰고 마구 자르지 못하도록, 1년 이상 임용하고 최대 3년까지 재임용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게다가 방학 때도 임금을 주도록 했다.
처우 개선이 취지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학이 강사 수를 대폭 줄이고 대신 정규직 교수들에게 수업을 부담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대학 강사 수는 2016년 6만 천여 명에서 2020년에는 4만 6천 명대로 줄었다.
강사들 처우를 위해 법을 바꿨는데 되레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법이 바뀐 지 3년이 된 최근,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 강사들이 줄줄이 학교에서 쫓겨나고 있다. 강선률도 그중 하나다.
그렇다면 대학은 왜 강사 수를 줄이는 걸까.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강사 월급 줄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건 등록금을 내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학령인구 감소다. 물론 출생률의 급격한 감소가 상위 이유다. 현재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 그러니까 임신할 수 있는 여성 1명 당 낳는 아이 수가 평균 2.1명이 되어야 하는데, 최근 발표를 보면 이게 0.8 밑으로 떨어졌다. 정말 엄청 심각한 상황이다. 초고속으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는 얘기다.
강사 자리, 교수 자리는 줄어드는데, 박사학위 취득자는 늘어만 간다.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 작년(2021년) 한해만 만 6천 명이 넘는다. 해마다 늘고 있다.
해외에 유학 가서 박사학위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1년에 천 명 안팎에 이른다. 재작년엔 1,276명 작년엔 998명에 달했다.
박사들이 늘어나는 주 요인으로는 기술혁신을 위한 고급 연구개발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점이 꼽힌다. 문제는 필요한 인력보다 배출되는 인력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박사를 따고도 정규직에 취업을 못하는 이가 무려 45%나 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 결과다. 고학력자 인플레이션, 고급인력의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금을 들이며 오랜 세월 밤을 지새우며 공부했지만 절반이 사실상 ‘백수’라는 불편한 진실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시간 강사라도 잡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 또한 빛 좋은 개살구라고 강선률은 말한다.
“버젓한 대학에 가서 강의해도 손에 쥐는 건 1년에 몇 백만 원 수준이에요. 부모님이 등골 휘어지도록 고생하면서 유학비용 수억을 대주셨는데, 시간 강사 연봉은 천만 원도 안되니 부모님 뵐 낯이 없지요”
그녀의 한숨은 깊어진다. 한 때 경기도 고양시 교향악단에서도 일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객원 연주자여서 오래가지 못했다. 시향 같은 곳의 단원 모집 공고를 기다려도 가물에 콩 나듯 뜬다. 어쩌다 자리가 나더라도 경쟁률은 거의 치명적이다. 이러니 대학 정규직 교수는 아예 꿈도 못 꾼다. 하늘의 별따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처럼 세계적인 최고 실력자가 아니면 예술로 밥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다.
음대 지망생들 개인 교습하면 어떠냐고 슬쩍 이야기를 꺼내보니 손사래를 친다.
“가르칠 애들이 없어요. 인구가 줄고 있잖아요. 더군다나 요즘 학부모님들은 음악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걸 다들 아셔서 아이들한테 음악 안 가르쳐요. 더군다나 제가 하는 흔하지 않은 악기 연주는 더 그렇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술이라는 게, 음악이라는 게 배부르고 등 따뜻할 때 즐기는 거지, 요즘 같은 코로나에, 불경기 시대에는 사치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업계 중에 공연예술계가 손가락 안에 든 것도 그 때문이다.
“성공할 줄 알고 여태 결혼도 안 했어요”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국내 음악계에서 성공을 꿈꾸며 달려왔다는 서른여섯의 그녀는 이렇게 한숨을 토해낸다. 이게 어찌 그녀 한 사람의 이야기랴.
비정상적일 정도의 뜨거운 교육열, 밀림 속 포식자들 간의 생존게임,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생률, 넘쳐나는 고학력 실업자,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강선률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제2의 강선률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꿔야 한다. 인구정책, 교육정책, 부동산 정책을 통째로 확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담보할 정부의 역할이다.
“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귓전을 때리는 그녀의 이 물음에 누군가는 답을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