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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Jun 21. 2023

[윤터뷰] 65세 산 사나이의 에베레스트 등정기 3.

60대 중 최단시간 하산 기록 세워... 기네스 등재 신청

무모한 도전보다는 안전 등반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눈물 머금고 하산 결정.

대신 60대 중 최단시간 하산 기록 세워... 기네스 등재 신청

"비록 정상 정복은 실패했지만 이번 경험으로 자신감 얻어"

"나이 많다고 ‘파파 한’ ‘파더 한’ 별명 생겨"

"70세에 재도전하겠다"



벅찬 가슴을 안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했지만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에 걸려 후유증에 시달렸던 한인석 총장. 입맛을 잃고 잔기침, 그리고 5월의 폭설이라는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캠프4까지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윤: 8천 미터에 도착했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한: 컨디션도 좋고 식사도 잘하고 잠도 잘 자고 해서 정상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또한 셀파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충분히 줘서 셀파들도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산소통 소진이 끝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무산소 등반은 목숨을 담보한 행위였다. "고지가 바로 눈앞인데..." 욕망의 화신이 그의 발걸음을 위로 내디디라고 유혹했지만 그는 분루를 삼키며 회군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위대한 결단이었다. 그 순간 욕심을 내는 것은 만용이었다. 


윤: 정상에 오르지 못해 좀 아쉽겠습니다? 


한: 아쉽지만 안전한 등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하산을 결정했습니다. 충분한 산소통이 없이 정상에 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윤: 정상까지 가려던 목표를 수정한 다음에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한: 코로나에 걸리지만 않았어도, 등반을 하루나 이틀만이라도 먼저 했어도...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산소통이 떨어지도록 방치한) 베이스캠프 운영진에게도 화가 났지만 제가 아는 말레이시아 등반대원이 응급환자로 현장에서 구조받고 있고, 사망한 중국인 시신을 수습하는 등 운영진도 정신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움이 무척 컸지만 산소통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안전한 등반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하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캠프4에 산소통이 다 떨어진 건 다른 팀의 사고 때문이었다. 바로 앞 팀의 중국인은 등반 도중 폐수종에 걸려 사망했다. 다른 중국인 여성은 구조돼 캠프2로 옮겨졌다. 말레이시아 대원은 탈진과 동상에 걸려 구조를 요청해, 역시 안전하게 후송됐다.



산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차 하면 크레바스에 고립될 수도 있다. 눈사태라도 나면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들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무리한 결정은 스스로 수명을 단축하는 만용에 다름없다.


윤: 그래도 총장님은 65세의 나이에 7대륙 최고봉 도전에 나섰고, 비록 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8천 미터까지 가신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본인의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한: 사실 이번 등반에서 캠프4까지 간 사람 중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체력적으로 8천 미터 이상을 등반할 수가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초기에 베이스캠프에서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아 상당히 조심하면서 등반했습니다.


그렇다. 그가 얻은 것은 자신감이었다. 등반 기간 그의 별명은 '파파 한', '파더 한'이었다. 다른 등반대원들도, 셀파들도 그를 그렇게 불렀다. 마치 아버지와 같은 인자한 미소를 지닌 그였고, 이번 시즌 등반대원 중 65세 이상은 그가 유일했다. 대부분 동행자들의 아버지뻘이기 때문이었다.



윤: '파파 한'이라 불린 소감은요?


한: 저를 '파더 한'이나 '파파 한'이라고 부르니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등반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셀파들이 저를 파파같이 잘해 주었습니다.  


윤: 향후에 계획이 또 있습니까?


한: 현재로서는 특별한 고산계획은 없습니다. 70세에 가능하면 다시 에베레스트를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 때면 나이로 최고령 7대륙 최고봉 등정자로 기네스북에 등재가 될 것 같습니다.


그의 꿈엔 마침표가 없다. 이번 실패는 그를 더욱 단련시켜 주는 담금질이었던 셈이다. 65세의 실패를 70세의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그는 감추지 않았다.


윤: 70세 도전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준비하실 생각인가요?


한: 지금 산에 다니는 것 같이 꾸준히 매주 산행하고 현체력을 유지 관리하도록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윤: 꿈을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한: 감사합니다.



쿨하게 회군을 결정한 그에게 뜻밖의 희소식이 있었다. 한 총장은 하산을 결정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하지만 어차피 결정한 것, 가벼운 마음으로 캠프4에서 캠프2까지 거의 쉬지 않고 내려왔다. 6시간가량이 걸렸다. 캠프2에서 40분 정도 쉬고 오후 4시 40분쯤 다시 하산을 지속했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시간은 밤 8시 50분. 4시간 10분 소요된 것이다. 캠프4에서 베이스캠프까지 걸린 시간은 쉬는 시간 포함해 총 10시간 50분. 


그런데 이게 엄청 빠른 속도라는 거다. 보통은 캠프4에서 캠프2까지 내려오는데만 최소 8시간에서 1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캠프2에서 하루 자고 1박 2일에 걸쳐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온다. 그걸 한 총장은 당일, 10시간 50분 만에 내려온 것이다.  



한: 이 기록이 제 나이 또래에서는 기네스북에 올를 수가 있는 기록이라고 해서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12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인터뷰를 마치며 나는 그가 진짜 산사나이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준비해 온 모습에, 

물러설 줄도 아는 위대한 포기 결정에, 

실패에 절망하지 않고 성공을 위한 도전 준비에 나선 그의 모습이 그런 확신을 주었다.


그의 도전 인생은 우리 인생 앞에 놓인 무수한 역경, 욕망, 도전과 대비된다.

마치 나침반을 발견한 듯한 값진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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