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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Jan 12. 2024

[윤터뷰] 진식태극권 19대 제자 고재식 박사 1.

[윤터뷰] 진식태극권 19대 제자 고재식 박사 1. 

'중국 18대 종사 풍지강 노사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가 말하는 태극권'  

"근육운동은 젖산을 분비, 유산소운동은 활성산소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부적합합니다. 

때문에 신천기를 모아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태극권은 고령자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입니다"

흐느적흐느적 천천히 양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수련하는 고재식 대표.

일흔두 살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외모를 가진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태극권 대가다. 중국 진식태극권의 제18대 장문인(掌門人)인 풍지강(馮志强) 노사(老師)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태극권과는 유학시절이던 일본에서 연을 맺었다. 

택시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가 심한 스트레스로 병을 얻자 사람이 왜 아프게 되는지 관심이 생겼고 1980년대 초 일본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체형학을 전문으로 가리키는 도쿄 '일본자세보건균정학교'를 졸업하고 균정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일본 학생으로부터 중국에서 유명한 선생님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갔다가 풍지강 노사를 알게 되었다.

당시 중국은 문화 대혁명 후 덩샤오핑이 문호를 개방하면서 중국의 기공문화가 막 일본에 들어온 직후였다. 이후 중국을 오가며 태극권에 심취, 풍지강 노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서 15년 만인 2004년 공식 제자로 인정받았다. 진식태극권의 19대 선생이 된 셈이다. 

진식태극권을 전수받은 유일한 한국인인 그는 국내에서 정통 태극권의 보급을 위해 애쓰고 있다. 7년 전인 2017년 사단법인 한국심의혼원태극권협회를 창립해 대표 역할을 맡았고 지도자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체육학을 부전공하기도 했다. 

협회 수련장에서 만난 그는 필자에게 양팔을 내주며 팔을 잡고 자신을 밀어보라고 했다. 필자가 힘을 주며 밀치려 했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그의 움직임에 말려 내가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균형을 잃으며 쓰러질 뻔했다.

"제가 팔 근육 힘으로 한 게 아닙니다. 보세요, 지금 제가 이렇게 팔에 힘을 주면 팔이 경직되고 힘이 들어가잖아요. 근데 의념(意念)으로 하면 팔 근육 힘을 쓰지 않고도 상대의 힘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신기했다. 근육의 힘을 쓰지 않고 의념, 즉 생각으로 힘을 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어 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Q. 태극권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태극권은 500년 전 중국 명나라 때 진왕정(陣王廷)이라는 무술가가 그동안에 근육 위주로 해오던 그걸 외가권이라고 하는데 그에 반대되는 개념, 몸 내부의 힘을 쓸 수 있는 게 없는가 그걸 기(氣)라는 개념으로 해서 탄생한 게 태극권입니다"

그렇다. 태극권은 우선 무술, 무예다. 그런데 태권도나 소림사의 쿵후 같은 무술과 달리 내가권이다.

태극권의 원류는 진왕정이 주창한 진식태극권이다. 이후 근대에 들어 4명이 동작을 일부 변화시켜 4개의 문파가 생겼다. 양로선이 만든 양식태극권, 무하청이 만든 무식태극권, 오감천이 만든 오식태극권, 손복전이 만든 손식태극권이 그것이다. 그리고 진식태극권은 제18대 풍지강 노사에 이르러 내공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그가 어려서부터 익혀온 심의권(心意拳)과 진식태극권을 융합 연구해 발전된 혼원권(混元圈)을 창안했고 이후 1995년 진식심의혼원태극권으로 명명했다.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태극권의 유래에 대해서는 파악이 됐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태극권은 어떻게 수련하는가? 라고 물었더니 우선 태극을 만들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Q. 태극을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선천기를 모은다는 뜻입니다"

갈수록 태산이다. 선천기란 또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氣)에는 선천기와 후천기가 있다는 것이다. 선천기는 어머니 뱃속에서 형성되는 '원기'와 부모로부터 받은 '정기'를 가리킨다. 후천기는 태어난 이후 세상에서 얻는 기를 일컫는다고 한다.

Q. 그렇다면 선천기는 어떻게 모읍니까?

"기운을 우리 몸의 중단전에 모아야 하는데, 중단전은 배꼽으로부터 수평으로 이어진 등 쪽의 명문(命門) 사이의 3분의 1 지점에 있습니다. 선 채로 우리 몸에 기가 잘 흐르도록 자세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엉덩이 살짝 늘어트리면서 꼬리뼈를 약간 안쪽으로 살짝 모아주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고 박사는 서서 '참장'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쉬운 듯 쉽지 않은 알쏭달쏭한 자세였다. 

"우선 기(氣)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기(氣)라는 것은 생명력입니다. 생명력을 강하게 흐르게 만드는 것을 기공이라고도 합니다. 그걸 이용해서 하는 것이 태극권입니다"

그렇다면 태극권은 무술인가?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인가? 두 가지 다라는 게 고 박사의 답변이다. 한 때 겨루기를 하면서 골절상이 빈발해 중단됐다가 지금은 무술보다는 건강을 위한 수련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게 고 박사의 설명이다.

고 박사가 대뜸 물었다.

"기가 죽었다거나 끊어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가 흔히 기가 죽는다, 기가 막힌다, 기가 살았다, 기세가 등등하다 등의 표현을 쓰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가 바로 그 기(氣)다. 

"기라는 건 생명력을 얘기합니다. 우주의 기 이런 건 따지지 말고 내 몸에 있는 기를 잘 다스릴 수만 있다면 우리가 건강하게 되죠. 그러니까 기를 어떻게 하면 잘 흐르게 하느냐가 중요하죠"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기(氣)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게 있을까요?"

"기치료 들어보셨죠? 기를 치료한다는 게 기를 잘 흐르게 하는 치료입니다. 그게 한방치료입니다. 

"그럼 태극권도 치료, 의술인가요?"

"기공이나 태극권은 치료가 아니고 체육의 개념입니다. 동양의 체육학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태극권이 기를 잘 흐르게 하는 운동이고 건강을 위한 운동이면서 동시에 특히 고령자, 노인들에게 매우 적합하고 좋은 운동이라는 게 고 박사의 주장이다. 왜 그럴까?

"근육을 쓰는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에 젖산이 쌓이게 됩니다. 젖산은 피로물질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젖산이 쌓여도 금세 회복이 되지만 노인들은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하면 오히려 안 좋을 수가 있죠. 그리고 유산소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가 나옵니다. 활성산소는 몸에 나쁜 거죠. 젖산을 없애려고 간이 무리를 하게 됩니다. 간에서 젖산을 흡수해서 포도당으로 재생산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 처리가 잘 안 됩니다. 그러면 암모니아산으로 변합니다. 몸이 산성화 되는 거죠. 그러면 근육 쇼크가 올 수 있습니다"

태극권은 근육을 안 쓰니까 그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태극권이나 기공은 근육을 움직이지만 포도당을 거의 안 씁니다. 그러니까 젖산이 나올 이유가 없어요. 유산소 운동도 아니니까 활성산소도 안 나오죠"

실제로 일반적인 운동은 일정 시간 하게 되면 피로가 쌓여 더 이상 할 수 없지만 태극권은 에너지 소모량이 적기 때문에 운동을 오래 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공원에서 노인들이 하루 종일 태극권을 수련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태극권은 신체의 특정 부위만 쓰는 게 아니라 전신을 다 쓰는 운동이라는 특성이 있다. 

"양 어깨 관절, 팔꿈치 관절, 손목 관절, 고관절, 무릎 관절, 발목 관절, 여섯 군데씩 12 군데와 목, 등, 허리, 엉덩이, 흉부, 복부 몸통 여섯 군데 등 총 18곳이 동시에 움직입니다.  

듣다 보니 그의 이야기가 갈수록 흥미진진했다. 태극권이 좋은 운동이라면 태극권 수련 인구는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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